‘전과자’ 신분의 기업인이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는데도 정부는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그 책임과 부실 검증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10일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ㆍ스위스 순방(15~22일)에 동행할 70명의 경제사절단에 집행유예 실형을 선고받은 중소기업 대표인 A 씨가 포함됐다는 헤럴드경제 보도<13일자 헤럴드경제 온라인판 참조>가 나가자 뒤늦게 사실을 확인한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실수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절단 동행에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14일 밝혔다. 범죄자 신분이지만 출국 금지 상태가 아니고 자비로 가는 것이어서 괜찮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청와대와 산업부가 검증 작업 부실의 허점을 희석시키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보통 집행유예 실형을 받은 상태에 있는 일반인의 경우 범죄자라는 낙인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적잖은 불이익을 받는 것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은 국민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특혜’로 비칠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특히 출국 금지 상태가 아니어서 괜찮다는 정부의 해명도 부실한 신원 조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산업통상자원부)가 위원회까지 열어 70명의 사절단을 직접 선발했는데도 A 씨의 경우 공식 대표단이 아니어서 정부가 (제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 역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A 씨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A 씨의 혐의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 출연금 등 기술 개발 사업비 7억여원을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채무 변제나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A 씨는 지난 2012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A 씨가 상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 전과자로 분류된다. A 씨의 집행유예 기간은 2015년 11월 29일까지다. A 씨는 이번 대통령 순방 때 인도와 스위스 두 나라 모두를 동행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인인 데다 작년 대통령의 영국ㆍ프랑스 방문 때도 동행했다.
양기욱 산업부 아주통상과장은 “(A 씨의 경우) 전혀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실형을 받았다고 하면 당연히 선정할 수 없는 상황인데 뭔가 우리 쪽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이날 자료를 내고 “인도ㆍ스위스에 수출 실적이 있고, 출국 금지시킬 사유도 없어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문재도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은 이날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시인했지만 “출국 금지를 당할 만큼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다”고만 했다. 그는 “정부 공식 대표단이 아닌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경제인포럼에 참석하는 것이고, 항공료 등 각종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 정부가 가라 마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최상현ㆍ허연회ㆍ홍성원 기자/sr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