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봉 행장 은행원 생활 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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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8월 어느날 당시 윌셔은행장인 민수봉 행장이 여름 휴가를 맞아 직접 장바구니를 들고 LA한인타운의 아씨마켓에 장보는 모습. 그는 최근에도 쉬는 날이면 직접 장도 보며 경기가 어떤지를 확인하곤 했다.

지난 2007년 12월 19일 윌셔은행 본점에서 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8년간 윌셔은행을 이끌어 온 민수봉 행장이 현직에 물러나면서 연 기자회견이다. 이날 민 행장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 지금 물러나는 것이 시기적으로 맞는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민 행장은 두번째 은퇴를 발표했다. 15일 BBCN뱅크의 은행장에서 물러난 것이다.

민수봉 행장은 지난 1959년 한국상업은행을 통해 입행해 32년동안 상업은행의 도쿄, 시카고, LA 지사에서 일하면서 경력을 쌓았고 1994년 한미은행장으로 한인은행권과 인연을 맺었다. 94년부터 99년까지 한미은행장을 역임하고 윌셔은행장을 맡은 민 행장은 이후 8년동안 윌셔은행장으로 윌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민 행장은 취임 당시 6개 지점에 총자산 2500만달러에 불과했던 은행을 8년동안 지점 16개에 대출사무소 9개 그리고 자산은 20억달러에 육박하는 은행으로 성장시켰다.

당시 한인은행장으로 드물게 연임을 했고 임기 중에는 뉴욕의 리버티은행도 인수했다.

특유의 친화력과 화통한 성격, 그리고 언론플레이와 적극적인 자세를 앞세워 실적을 올리는 스타일인 민 행장은 근성이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전 은행주가 폭락하는 사태 속에 민 행장 또한 성장 위주의 경영에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없었고 결국 윌셔은행을 떠났다.

스스로 물러나긴 했지만 민 행장은 명예로운 은퇴를 원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은행권에 돌아왔다.

민 행장은 약 4년간의 야인 생활을 접고 2011년 12월 한미은행이 현재 인수를 추진 중인 텍사스소재 유나이티드센트럴뱅크(UCB)의 은행장을 맡으면서 은행권에 복귀했다. 고령의 뱅커가 위기에 빠진 UCB를 구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는 한인은행과의 인수 합병을 추진하는 등 UCB 구하기에 나섰으나 인수합병 추진이 무산되면서 반년만에 사임했다.

이렇게 민 행장은 은행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났다. 그것도 한인은행 중 가장 큰 은행인 BBCN뱅크의 수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민 행장은 2년 임기를 BBCN뱅크 행장을 맡았다. 하지만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이들이 많았고 결국 예상 보다는 상당히 빠른 8개월만인 15일 은퇴를 결정했다. 윌셔은행장에서 물러날 때와 달리 이번 은퇴 발표 기자회견장에 민 행장은 없었다.

성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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