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수봉 행장이 퇴진한 BBCN뱅크가 1년여만에 또 다시 행장 찾기 작업에 나서게 됐다. 지난해 1월 앨빈 강 행장을 물러나게 하고 3개월여의 시간을 들여 민 행장을 선임하더니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모양새다. 일단 홀딩컴패니인 뱅콥의 케빈 김 회장이 임시행장으로 나서면서 4명의 최고위(Chief)급 임원으로 경영위원회를 구성,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결정할 때까지 은행의 운영에 차질이 없게 한다는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미주지역 한인은행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자산(63억달러)을 가진 BBCN의 CEO에 어떤 인물이 낙점될 것인지는 경쟁 한인은행 뿐 아니라 주류 금융권에서도 관심을 갖는 일이다. 나스닥에 상장된 공개기업이기 때문일 뿐 아니라 성장세가 빠른 한인커뮤니티의 경제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찮고, 비교적 성공적인 통합모델인 BBCN의 전략과 비전 등이 금융시장에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인은행권은 새로운 행장이 취하는 정책적인 방향과 경영전략에 따라 경쟁판도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데다 조직 개편 등을 통한 인력 이동의 직접적인 영향에 놓이기에 커뮤니티뱅크에서 ‘리저널 뱅크’로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려는 BBCN의 ‘진격’을 진두지휘할 행장의 면모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당장 이런 저런 인물이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로컬 한인 금융인 가운데서 마땅한 후보자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것은 BBCN에 이어 자산 2위규모인 한미은행이 이 금종국 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인물난을 돌이켜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늘 그래왔듯 선임 기준은 한인이냐, 비한인이냐에서 출발한다. 커뮤니티와의 관계가 중시되면 한인 행장일 것이고, 감독당국이나 기관투자가들과의 관계를 비롯, 보다 큰 은행으로 도약하는 비전에 더 무게를 두고 고르면 비한인 행장이 선택될 것이다. 영어권 문화에 익숙한 이중언어의 한인이라면 최적의 인물이다.
이중언어에 능숙한 한인 행장감으로는 그동안 수시로 후보에 오르내렸던 최운화 유니티은행장이 우선적으로 꼽힌다.하지만 최행장은 윌셔은행 전무에서 유니티 행장으로 옮긴 지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임기 5년의 새 계약서에 서명한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BBCN행장 후보로 거론하기엔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지난해 12월 HSBC에서 BBCN의 경영진에 합류한 박자영 수석전무는 영어권문화에 익숙한 이중언어의 금융전문가라는 점에서 인선기준에도 잘 맞고 내부 승진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될 만하다. 몇년전 한미은행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경력의 깊이도 있다. 다만 그의 영입과정이 민수봉 행장의 퇴진 경위와 엮여 있는데다 BBCN내 임직원과 한인은행 조직문화에 잘 조화해 리더십을 발휘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극히 희박하지만 한국의 대형금융그룹의 거물급 인사가 영입될 여지도 없지 않다. BBCN이 한국금융시장 진출을 사업전략의 하나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케빈 김 뱅콥 회장은 15일 민 행장의 은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선임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것”이고 말했다. 의례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럴 수도 있다. 변호사겸 CPA로서 은행의 전문경영인 스펙을 갖춘 김 회장이 은행의 CEO가 될 가능성은 항상 예상돼왔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이사장으로서 나라은행과의 통합작업을 성공적으로 주도해 BBCN 탄생의 산파역인데다 외부에서 영입대상이 마땅찮은 현실을 감안할 때 ‘케빈 김 행장 시대’의 조기 발진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로 보인다. 22일의 이사회가 임시행장을 신임 행장으로 결정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황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