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송이가 되어 도민준을 느껴라

SBS 수목극 ‘별에서 온 그대’는 여성을 타깃으로 한 드라마다. 이 사실은 김수현(도민준 역)을 캐스팅한 것 하나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코믹연기를 자유자재로 소화하는 전지현과 어린 남자지만 진중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김수현의 ‘케미(케미스트리ㆍ연기화학작용)’ 또한 완벽해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런데 여성 시청자가 ‘별그대’를 조금 더 재미있게 보려면 일단 전지현이 연기하는 천송이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천송이에 빙의돼 김수현의 세례를 마음껏 받으면 된다.

천송이는 직업적으로는 한물간 톱스타라 시청자에게 낯설게 느껴지지만, 캐릭터로 볼 때는 일반인의 냄새가 나 가까이 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대중과 주위사람으로부터 사랑받기만 했던 천송이는 갑자기 인기가 떨어지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빚고 있는 캐릭터다. 스스로 추락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주위에 있던 사람이 하나씩 떠나면서 외로움을 타고 있다. 천송이라는 캐릭터는 예쁘기만 했던 전지현의 실제 모습까지 연상돼 서로 썩 잘 어울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천송이는 남으로부터 사랑을 받기만 했기에 도민준을 좋아하는 마음도 인정하기가 힘들다. 천송이는 도민준에게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15초 동안 꼬시려고 했는데 내가 넘어갔나? 나 어떻게 생각해? 아니야. 대답하면 죽어”라며 천송이식으로 고백한다.

이런 상황에 처한 천송이에게 나타난 김수현은 때로는 매니저로, 때로는 멘토로, 때로는 슈퍼맨의 형식으로 도움을 준다. 도민준이 천송이에게 충고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멋있다. 알고 보면 여자를 사랑하는 진심이 빡빡 느껴지는 말이 아닌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 네가 알든 모르든 세상은 안 봐줘. 세상은 니가 추락해도 너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하지만 천송이는 결국 자신이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 외계인인 도민준이 천송이 곁에 계속 있어줄 수가 없는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도민준이 천송이에게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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