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카메라로 ‘지켜본다’는 포맷 안에 갖가지 소재를 끌어온, 이른바 ‘관찰예능’ 형식의 프로그램이 TV 오락물의 대세로 자리를 굳혔다.
지상파 3사에서 방영 중인 관찰예능의 숫자가 만만치 않다. 일단 주말엔 ‘아빠! 어디가?’(MBC ‘일밤’), ‘슈퍼맨이 돌아왔다’(KBS2 ‘해피선데이’), ‘진짜 사나이’(MBC ‘일밤’)가 있다. ‘오! 마이 베이비’(SBS), ‘자기야-백년손님’(SBS), ‘나 혼자 산다’(MBC), ‘4남1녀’(MBC) 등 대부분의 주중 오락 프로그램도 ‘관찰예능’의 형식을 띠고 있다. 출연자들의 수다를 펼쳐놓던 모녀 토크쇼 ‘맘마미아’(KBS2)도 관찰예능으로 포맷을 변경했다. 소방관 체험에 나선 ‘심장이 뛴다’(SBS) 역시 관찰카메라 형식을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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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아빠! 어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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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슈퍼맨이 돌아왔다’] |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관찰예능’ 시대는 현재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보이지만 소재에 따라 프로그램이 가는 길은 달라진다. 노동력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편집’은 방송의 색깔과 재미를 좌우한다.
PD들은 “상황은 제작진이 설정하지만 기본은 관찰에 충실해야 한다”( ‘아빠! 어디가’ 김유곤 PD)는 점에 공감했다. 대부분의 관찰예능 프로의 경우 평균 10대, 많게는 15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출연자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가족들을 담아낼 땐 관계에 집중하고, 특정 직업 체험에 나설 땐 출연자들의 도전에 방점을 둔다.
엄마 없는 48시간 동안 아빠와 아이들의 생활을 관찰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강봉규 PD는 “출연진과 제작진 사이의 ‘거리두기’”를 강조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촬영해 출연자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평소대로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리얼리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고 가급적이면 근접 촬영은 하지 않는다.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것도 노하우다.
일반인 사위들을 스타로 만든 ‘자기야-백년손님’도 마찬가지였다. 민의식 PD는 “촬영장에선 카메라를 오픈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며 “6㎜ 핸디캠이나 리모트 카메라를 이용하고 반사거울을 동원해 촬영한다”고 했다.
편집은 곧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다. 관찰예능의 PD들은 한결같이 “촬영 과정과 편집 과정이 따로 분리돼 있진 않고 현장에서 매 순간 모니터링하지만 일반 예능 프로그램보다 많은 분량의 녹화테이프가 나오다 보니 몇 배의 노동력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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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오! 마이 베이비’] |
편집을 통해 스토리를 써나가는 것은 ‘아빠! 어디가?’와 새로운 직업 체험에 나선 ‘진짜 사나이’ ‘심장이 뛴다’가 대표적이다. 비슷한 관찰예능이 쏟아지자 출연자의 쌍방향 인터뷰를 통해 시청자와 ‘밀당(밀고 당기기)’를 하는 관찰예능도 등장했다. ‘오! 마이 베이비’다. 배성우 PD는 “모든 예능 프로그램은 설정에서 시작한다”며 “3대가 가진 가족의 현실을 보여주고 그 안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육아를 놓고 서로 충돌하는 모습이 상반된 인터뷰를 통해 예능으로서의 재미를 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제작진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진 않는다. 때문에 제작진은 프로그램 안에 새로운 멤버로 합류하기도 한다. 케이블채널 tvN의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의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는 카메라 앵글 안에 적극적으로 들어왔다. 나 PD는 “여행지에서 출연자들의 이동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몇 시간씩 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출연자들에게 말을 걸기 위해 의도치 않게 출연하게 된다”고 했다.
리얼버라이어티라는 큰 범주 안에서 태어나 ‘예능가의 대세’로 군림 중이지만 ‘관찰예능’의 미래도 장밋빛만은 아니다.
스타들의 신변잡기(1인 토크쇼)와 경쟁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오디션에 싫증 나고, 캐릭터 구축에 급급해 진정성 논란에 휩싸이곤 했던 리얼버라이어티에 지친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등장시킨 것이 현재의 관찰예능이다. 지상파 예능국의 한 PD는 “이미 관찰예능은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다매체ㆍ다채널 시대에 돌입하며 예능 소비 패턴이 짧아졌고, 시청자들의 피로도 역시 빨라졌다. 소재의 다변화가 관건”이라며 “트렌드는 어차피 돌고 돈다. 트렌드에 휩쓸려 인기 예능의 포맷을 따라가기보다는 뚝심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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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1박2일’ ] |
‘1박2일’은 지난해 관찰예능이 쏟아지며 전성기의 왕좌를 경쟁 프로그램에 내줬지만 시즌 3에 돌입하면서 과거의 인기를 차츰 찾아가고 있다. 유호진 PD는 “리얼버라이어티를 고수하는 ‘1박2일’이 옛날투의 예능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게임과 캐릭터가 잘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통해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며 “선명한 캐릭터와 서로 이기려 하는 갈등구조, 게임과 퀴즈를 통한 웃음장치가 리얼버라이어티 연출의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유 PD의 경우 “현재의 포맷을 유지하며 웃음이 유발되는 상황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출연자들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끌어가는 관찰예능의 형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시청자들이 리얼에 대해 요구하는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예능계의 ‘복합장르’ 탄생을 예고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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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심장이 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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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자기야-백년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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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나 혼자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