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빈 자리엔 ‘드라마 전쟁’ 시작

소치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리면 안방극장은 본격적인 ‘드라마 전쟁’을 시작한다. 20부작을 향해 달려왔던 전작들이 줄줄이 막을 내리고 후속작들이 바통을 이어받을, 이른바 ‘물갈이 시즌’이다.

‘이름값’ 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연기대상 수상자(이보영ㆍ조승우)들이 만난 스릴러 판타지와 자상한 훈남(윤계상)이 상남자로 변신한 정통 멜로가 월화 안방을 평정한 하지원(MBC ‘기황후’)을 향해 활을 당겼다. ‘별요일’로 칭송받던 수목 안방도 곧 판도가 바뀔 전망이다.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아이돌(박유천)과 아이돌(김현중)의 대결이 볼 만하다. 그 틈에서 쓸쓸히 출격한 ‘로코(앙큼한 돌싱녀)’의 반격도 주목된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안방극장은 새로운 드라마들로 치열한 승부를 시작한다. 월화 브라운관 사극 대 정통 멜로 대 스릴러 판타지의 대결이고, 수목 브라운관은 아이돌 대 아이돌, 그 틈에 끼어든 로맨틱코미디의 승부다.

▶월화 안방, ‘하지원’을 막아라=월화 안방의 ‘특명’은 하나다. 2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기세 좋게 달려가고 있는 하지원의 ‘기황후’를 막는 것. 장르로 치자면 사극과 정통 멜로, 스릴러 판타지의 대결이다. 


도전장은 한지혜를 대동한 윤계상이 먼저 던졌다. 지난 17일 1ㆍ2회 연속방송을 통해 안방을 찾은 KBS2 ‘태양은 가득히’에서 윤계상과 한지혜는 ‘일대 변신’을 시도했다. 여심을 들었다놨다 했던 자상한 ‘훈남’ 윤계상은 역대 캐릭터 중 “가장 남자답고 강한 역할”로, ‘캔디 전문’ 한지혜는 깊은 상처를 안은 전문직 여성(보석 디자이너)로 옷을 바꿔 입었다. 살인자의 누명을 쓴 남자(윤계상)가 새로운 이름으로 복수를 시작하지만, 지독히 엇갈린 운명의 여자(한지혜)와 사랑을 하게 된다는 것이 드라마의 큰 줄기로, 연출을 맡은 배경수 PD는 “ ‘태양은 가득히’는 어른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라며 “복수보다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이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SBS 연기대상을 가져갔던 이보영은 결혼 후 첫 작품으로 ‘신의 선물, 14일’(SBS)을 택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처럼 판타지물이지만, 드라마에선 이보영의 모성애 연기가 흥미로울 전망이다. 이보영과 함께 온 ‘반가운 얼굴’은 2012년 ‘마의’(MBC)로 연기대상을 받았던 조승우다.

두 사람은 드라마에서 유괴된 딸을 찾기 위해 2주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납치범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엄마와 그의 조력자인 흥신소 대표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신의 선물’ 제작진은 “추리의 재미와 롤러코스터 같은 반전, 짜릿한 스릴을 한데 담은 드라마”라며 특히 “이보영은 흡인력 있는 감정 연기와 진정성이 느껴지는 탁월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맡은 배역을 더욱 입체감 있게 만든다. 이보영의 캐릭터가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공감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는 기대감을 전했다. ‘신의 선물’의 첫 방송은 다음달 3일로 예정돼 있다.

▶수목 안방, 강력했던 별요일…그 후는?=수목 안방의 관건은 ‘별그대’의 시청률이다. 30% 돌파를 앞둔 ‘별에서 온 그대’는 전지현과 김수현을 앞세워 ‘안방 최강자’로 군림해 왔다. 꽤 쟁쟁한 작품들(‘미스코리아’ ‘감격시대’)이 옆에 섰지만, 경쟁작들의 힘겨운 승부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감격시대’의 반격은 ‘별그대’가 떠나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작가 교체와 함께 상하이 시대가 막을 올리며 ‘상남자’로 변신한 김현중의 돌격이 시작, 지난 13일 방송분에서 11.4%(닐슨코리아ㆍ전국 기준)의 자체최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별그대’의 막강한 시청률과 탄탄한 팬덤을 등에 업은 박유천이 대기 중인 탓이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호원의 이야기를 담은 SBS 새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는 ‘유령’의 김은희 작가와 ‘뿌리 깊은 나무’의 신경수 PD에 손현주까지 가세한 대작이다. 1년6개월의 기획기간에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도 투입됐다. 다시 불 붙을 수목대전의 형국을 놓고 보면 아이돌 vs 아이돌, 대작 vs 대작의 대결로 좁혀지게 된다. 첫 방송은 3월 5일로 예정돼 있다.


아이돌 대작 사이에 쓸쓸히 출격한 주인공은 이병헌과 결혼 후 돌아온 이민정이다. 주중 안방에서 유일한 로맨틱코미디가 될 ‘앙큼한 돌싱녀’(MBC)에서 이민정은 주상욱과 호흡을 맞추며, 성공해서 나타난 전 남편을 유혹하려는 ‘돌아온 싱글’로 출연한다. 망가짐을 불사하는 음주 연기에 전 남편에게 들이대는 ‘앙큼한’ 전 부인으로의 변신이 기대되지만, 대진운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올림픽 기간 ‘미스코리아’는 긴급 결방 탓에 종영일이 하루 밀려 26일로 확정됐지만, ‘앙큼한 돌싱녀’의 첫 방영 날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MBC 드라마국에선 내달 5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제공=KBS2 ‘태양은 가득히’, SBS ‘신의 선물-14일’, SBS ‘쓰리데이즈’, MBC ‘앙큼한 돌싱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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