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3는 이제 3개월이 됐다. 출발할 때만 해도 차태현이 가장 잘 하는 멤버였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보면 차태현이 가장 잘하는 멤버 같지는 않다. 신입멤버들이 부쩍 성장했다는 증거다.
김주혁은 기대감이 없이 들어왔다. 맏형인데도 인기투표를 하면 최하위이고 지방에 가면 자신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의 휴그랜트‘로 연기내공을 인정받지만 그 놈의 존재감이 살아나지 않았다. 중년 김주혁은 꼰대 역할이 아니라 당하는 캐릭터, 억울한 캐릭터, 조금 부족한 형 캐릭터여서 동정표를 얻고 있다. 이런 ‘순수 허당’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살아나며 친근한 형으로서 큰 인기가 생기고 있다.
그는 권위적인 모습이 아니라 자조적인 모습이다. 최근 서울시간여행편 후반부 KBS내에서 심야시간에 음식배달 전화를 걸어 연결이 되지 않자 “내가 하는 게 그렇지”라고 말하는 자학적 캐릭터다.
데프콘은 ‘생활멘트‘가 좋다. 현실적인 멘트에 강한 김구라와는 또 다른 센스다. 데프콘은 토크의 감이 좋아 방송에 쓰일만한 말을 자주 찔러넣는다.
어쩌다 진행까지 하면서 네티즌의 질타를 받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치고 빠지는 리듬만 살리면 매우 유용한 버라이어티 예능인이다. 게다가 먹방이나 각종 미션에서도 그림을 만들어낸다. 데프콘은 여기저기 나설 필요가 없다. 필요한 말만 해도 충분한 분량을 뽑기 때문이다.
정준영은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막내다. 최근 활약상이 급속히 좋아졌다. 그가 형들에게 순순히 따른다면 재미가 반감됐을 것이다. 맏형도 가지고 놀 수 있는 엉뚱 캐릭터다. 정준형에게는 자유로운 락커 이미지가 있다. 위계질서를 전복하는 정준영의 모습이 조금도 싫지 않다.
김준호는 리액션이 워낙 좋다. 이수근이 상황극을 만드는 스타일이라면, 김준호는 만들어진 상황에서 뽑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똑 같은 것을 던져줘도 살려내는 사람이 있고 못 살려내는 사람이 있다. 김준호는 ‘개콘‘의 김준현 처럼 훅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을 잘 살려낸다. 한 마디로 밉지 않는 까불이다.
차태현은 캐릭터 특성은 점점 약화돼 가고 있지만 선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웃기는 역할은 별로 하지 않지만 예능분위기를 착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김C가 특별하게 하는 것도 없는 데도 필요한 존재였듯이, 차태현도 ‘1박2일’에는 필요한 존재다.
김종민은 ‘1박2일‘을 누구보다 잘 꿰고 있을만한 멤버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건 보통 능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은데, 항상 바보 캐릭터로 귀결되는 것도 본인의 능력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멤버들의 실력이 단시일에 업그레이드 된 데에는 ‘1박2일’ 유호진 PD의 연출감도 한몫한다. 계속 여행지를 바꿔 가 게임에 몰두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해도 여행 정서를 만들어가는 느낌이 들게 해주는 연출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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