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성실한 사람들이 주인되는 세상 노래”

“한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공연
활발한 앨범 작업…이번이 그 시작”


“깜빡이는 등을 켜고 어둠을 가로질러! 욕망을 두고 추억도 두고 저 도시를 떠나왔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의 한 연습실. 빠르게 연타하는 드럼 소리에 이어 강렬한 기타와 베이스 리프(짧은 마디를 되풀이하는 연주법)가 연습실 안을 가득 채웠다. 연주하는 손놀림은 눈으로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날래고 힘찼지만 표정만큼은 익숙하다는 듯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한국 록의 자존심’ 밴드 블랙홀은 여전히 연습벌레였다.

다음달 13일 블랙홀이 9년 만에 새 앨범 ‘호프(Hope)’를 발매한다. 블랙홀은 한국 헤비메탈 음악의 태동기인 지난 1985년에 결성돼 지금까지 정규 앨범 8장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특히 블랙홀은 당대에 함께 무대에 섰던 시나위, 백두산, 부활 등과는 달리 단 한 번도 공백기 없이 활동을 펼쳐온 한국 록계의 유일한 밴드이기도 하다. 현재 리더 주상균(보컬ㆍ기타), 정병희(베이스), 이원재(기타), 이관욱(드럼) 등 현재 멤버들 역시 대부분 20년 이상 함께 무대에서 호흡을 맞춰온 베테랑들이다.

주상균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팬들과 공연을 통해 만나왔는데, 앨범을 내지 않아 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며 “앞으로 더 활발히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고 이번 앨범은 그 시작”이라고 밝혔다.

9년 만에 새 앨범‘ 호프(Hope)’를 발매하는 록밴드 블랙홀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의 한 연습
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더 주상균(보컬ㆍ기타), 이원재(기타), 이관욱(드럼), 정병희(베이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서양의 록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에 천착했던 다른 밴드와 달리 블랙홀은 한국적인 록이라는 새로운 음악의 틀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특히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동학농민운동 등 한국사의 각종 중요한 사건과 사회적인 부조리를 훑었던 1995년작 정규 4집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는 록이라는 장르를 넘어 한국 대중음악사의 명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상균은 “앨범의 곡들을 한자리에 모아보니 ‘희망’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로 엮여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이 사회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고 노래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번 앨범엔 ‘괜찮아 일어나’ ‘진격의 망령’ ‘그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단기 4252년 3월 1일’ ‘유니버스(Universe)’ 등 신곡 5곡과 ‘라이어(Liar)’ ‘이시아이시(E.C.I.C)’ ‘더 프레스 디프레스(The Press Depress)’ ‘사랑한다면’ 등 과거 디지털 싱글로 먼저 공개된 4곡을 포함해 총 9곡이 담겨 있다. 특히 ‘그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는 블랙홀이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곡으로, 지난해 11월 50여명의 팬들이 함께 코러스 녹음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한편 블랙홀은 오는 3월 29일 오후 7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벌일 예정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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