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작가가 천송이를 ‘치맥’ 마니아로 만든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기자]SBS 수목극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치맥(치킨에 맥주)’을 유행시키고 있다.(헤럴드생생뉴스 2014년 2월 18일 오전 10시55분 보도)

중국 대륙에서 튀김닭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은 ‘별그대’의 천송이(전지현)가 했던 대사 한 마디 때문이었다. “눈 오는 날에는 치킨에 맥주(치맥)인데….” 이 장면이 나간 이후 인터넷을 통해 ‘별그대’를 시청하는 중국 연예인과 수많은 젊은 중국인 사이에서는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 시청자가 전지현이 맡고 있는 천송이를 따라할 정도로 깊이 빠져있어 그 효과가 생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통신과 홍콩 밍보(明報)는 중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로 양계농가의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사람들이 2~3시간씩 줄을 서 치킨을 사간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기자는 ‘별그대’의 박지은 작가에게 이런 사실을 이야기해주며 이를 예상했느냐고 한번 물어봤다. 박 작가는 “중국에 치맥 문화가 별로 없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면서 “천송이가 치맥을 좋아하는 것은 캐릭터를 만드는 데 중요한 구성요소였다”라고 말했다.

천송이에게 치맥은 매우 중요한 고리다. 불행한 가족사에서 아버지를 기억하기 위한 장치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극중 천송이는 아역배우로 성공했지만 아버지 천민구(엄효섭)는 가족구조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허영기 많은 엄마와 항상 갈등을 빚었다. 아빠는 바람피운 게 들통나 이혼하고나서부터는 아이들도 만날 수가 없었다. 아빠는 송이가 연예계 정상에서 추락한 후인 15년 만에야 딸을 찾아가 서로 화해하게 된다. 


천송이는 맹장수술을 받고 입원한 병원에서 어렸을 때의 다정다감한 아버지를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눈 오는 날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아빠가 치킨과 콜라와 맥주를 사들고 왔다. 어린 송이는 “치킨에는 역시 맥주지”라고 하자 아버지가 “이 녀석아, 너는 안돼. 너는 콜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이 녀석이 언제 커서 아비와 술 한잔 하지…”하고 독백처럼 말한다. 그러니까 천송이에게 ‘치킨과 맥주’는 어린 시절 추억이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있는 음식이다.

치맥은 천송이의 캐릭터 속성을 나타내기에도 적합하다. 천송이가 겉은 화려한 반면 속은 털털하고 서민적인 모습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좋다. 천송이가 치맥과 함께 개불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속성이다.

‘별그대’의 천송이 캐릭터가 히트하면서 중국에 치맥열풍이 생겨나는 것을 보는 건 유쾌한 일이다. 이는 앞으로도 문화콘텐츠에 의한 새로운 부가가치와 새로운 한류, 새로운 창조경제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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