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전파를 탄 SBS 새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극본 최란 연출 이동훈, 이하 ‘신의 선물’) 2회 방송분에선 딸 한샛별(김유빈 분)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엄마 김수현(이보영 분)의 모습이 드라마의 중심 스토리로 등장했다.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 작가인 수현은 사회적으로는 정의롭고 불의를 참지 않는 인물이지만, 가정에선 하나뿐인 딸을 극성적으로 키우는 속물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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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원하는 것과는 달리 엄마의 가치만을 주입하며 딸을 키우던 수현은 어느날 눈 앞에 나타난 첫사랑과 마주하던 날 샛별을 잃게 됐다. ‘공개수배 이 사람’이라는 시사 프로그램의 작가로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지만, 엄마의 직업은 딸을 위험에 빠뜨린 이유였다. 프로그램의 작가인 수현이 부녀자 살인사건의 아이템을 바꾼 것과 사형제도에 반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정부에 분노한 것이 납치범이 수현의 딸을 빼앗은 이유였다.
유괴된 딸을 찾기 위해 수사대가 꾸려지고 수현 부부와 경찰은 공식대로 납치범의 전화를 기다리지만, 수현을 찾아온 것은 모방범죄자의 거짓 전화뿐이었다. 수현은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고, 연락조차 하지 않는 납치범에게 심경이라도 전하기 위해 자신이 작가로 있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화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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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선 수현은 프로그램의 아이템이 바뀐 것에 대해 사죄하고 시사프로그램 작가가 아닌 엄마로서 범인에게 호소했다. “불끄면 무서워 해요. 때리지 마세요. 아프게 하지 마세요”라며 “제발 샛별이를 보내달라”고 무너지는 심경을 고백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납치범을 향해 수현은 “제발 노여움 푸세요. 그래도 정 화가 안 풀리시면 저 데려가세요. 우리 아이는 놔주시고 제발 저 데려가세요. 그러니 우리 아이 살려주세요”라며 “우리 아이 저같은 엄마 만난 잘못밖에 없어요. 선생님. 제발 우리 아이 좀 돌려주세요. 시키는 것 전부 다 할게요.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라는 처절한 울부짖음이었다.
무려 7대의 카메라가 동원돼 촬영한 이 장면은 ‘신의 선물-14일’ 2회 방송분에서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할 만했다. 절망과 원망이 눈물로 범벅되다 “한샛별로 추정되는 아이의 시체가 발견됐다”는 속보를 확인하게 되는 수현은 그간의 감정을 금세 분노와 증오로 치환해 납치범을 향한 피 끓는 심경을 토해냈다. 앞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그동안은 소리를 지르거나 발산하기 보다는 억누르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수현 역할은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는 부분이 많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했던 이보영의 이야기처럼 2회 방송분에서 그는 복잡다단한 인물의 내면을 분출하는 극적인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신의 선물-14일’ 제작진은 이 장면에 대해 “통상 드라마는 카메라의 위치를 바꿔가며 같은 신을 2~3회 촬영하는데 이날 촬영은 8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에 배우가 감정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신이어서 제작진은 평소처럼 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고심 끝에 카메라 7대를 곳곳에 설치하는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촬영을 진행하게 됐다. 간단한 리허설만 진행한 이보영은 NG도 없이 감정을 누르는 차분함과 오열, 분노 등을 한 신에 모두 담아내는 놀라운 연기력과 집중력을 발휘해 모든 제작진의 탄성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이날 2회 방송분은 딸을 그리워하는 엄마 수현의 자살 장면, 의도치 않은 불륜사실이 발각된 양아치 같은 흥신소 대표 기동찬(조승우 분)이 ‘죽음의 강’에 동시에 물에 빠지고, 동찬의 형 기동호(정은표 분)가 사형을 당하는 장면이 교차편집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미스터리 감성 스릴러를 표방하며 ‘타임워프(Time Warp, 시간왜곡)’를 소재를 가져온 ‘신의 선물-14일’은 ‘죽음의 강’에서 만나 14일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사건을 풀어가는 이보영 조승우의 이야기로 본격적인 전개를 앞두고 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