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고성희, 미스코리아 진(眞) 보다 갚진 경험을 얻다

“되게 예뻐 보여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의 ‘완벽녀’, 배우 고성희의 첫마디였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브라운관에 첫 데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는 것은 물론이며 김재희라는 캐릭터를 그려냄에 있어 합격점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고성희는 ‘미스코리아’ 종영 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본지와 인터뷰 자리에서 이른 아침 탓인지 다소 피곤한 듯 싶었지만, 얼굴에는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미스코리아’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고성희라는 인물이 연기하는 친구라는 것을 알릴 수 있었어요. 처음 김재희라는 역할을 맡게 됐을 때 응원만큼 우려도 많았었죠. 게다가 캐릭터 소개에 ‘신이 내린 몸매와 미모’라고 돼 있어서 얼마나 민망했던지..(웃음)”


그는 캐릭터 소개대로 ‘신이 내린 몸매와 미모’를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다. 특히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빠질 수 없는 수영복 신은 그에게 말 못할 고통을 선사했다.

“처음에는 수영복을 신기하다고 입었죠.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수영복 신이 자주 등장하다 보니까 긴장을 많이 했죠. 다음날 수영복 신 촬영이 있다고 하면 ‘오늘은 덜 먹어야 겠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수영복 신 촬영만 끝나면 온 몸이 아팠어요. 아무것도 안하고 서 있기만 하는데도, 온 몸에 긴장을 한데다가 스태프들 앞에서 쑥스러운 것도 있었거든요.”

고성희는 촬영 덕분에 춤, 노래, 오고무 등을 비롯해 미스코리아 훈련과정으로 등장했던 물구나무 서기, 엉덩이 릴레이 등 평소 겪어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벽에 기대고 똑바로 서 있는 건 모델 활동 때도 하던 거라 괜찮았었죠. 엉덩이 릴레이가 있는 지도 몰랐어요. 그래도 가장 힘든 건 물구나무였어요. 꽤 오랜 시간을 버티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것들에 비해 체력 소모가 많은 건 사실이죠. 미스코리아가 되기까지 정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어요.”

지난 몇 달 동안 미스코리아로 살아야 했던 고성희. 평소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졌다. 지금의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비법을 물었다.

“제가 원래 먹는 걸 되게 좋아하는 편이에요. 음식을 맛있게 먹기 때문에 먹는 양도 제법 많거든요. 그래도 가만히 있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지금의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걷는 걸 되게 많이 하거든요. 걷다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또 다른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은 거의 습관처럼 돼 버렸어요.”


원래는 패션모델의 길을 걷고 있던 그였기에 자기관리는 몸에 배어 있었다. 그가 돌연 연기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고등학교 때 까지는 패션모델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영상 촬영을 했는데 그때 연기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다른 것을 할 때 느껴보지 못했던 열정 같은 것도 느꼈었죠. 마치 제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때부터 연기를 준비하고 대학교 시험을 봤죠. 다행히 합격을 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연기를 배웠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연기가 하고 싶어졌어요. 결국 모델 일을 그만두고 배우 회사에다가 혼자 프로필을 돌려보기도 하면서 오늘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된 거죠.”

영화 ‘분노의 윤리학’의 진아, ‘롤러코스터’의 미나미토 승무원을 거쳐 ‘미스코리아’의 김재희까지 고성희의 필모그래피는 이제 막 시작이다.

“‘분노의 윤리학’이 제 첫사랑 같았다면, ‘롤러코스터’는 배우로서 한발자국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고, ‘미스코리아’는 대중들에게 고성희라는 인물을 알릴 수 있는 첫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고 기억에 남겠지만, 그런 면에 있어서 ‘미스코리아’는 더욱 특별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알고 보니 고성희는 욕심이 많은 배우였다. 아직 신인인 터라 경험하지 못한 캐릭터들이 많은데다 고정된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그의 욕심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듯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해보고 싶어요. 또 신인일 때 다양한 배역들을 소화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하지만 지고지순한 캐릭터는…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하면서도 약간의 자아분열이 오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시켜만 주시면 어떤 역할이든지 도전할 생각이에요.”


단지 연기하는 것 자체가 좋아서 이 길에 뛰어들었다. 그게 왜 좋은지도 이유를 알지 못하는 그였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다른 배우들 못지않았다.

“연기자라는 것보다는 연기 자체가 좋았어요. 캐릭터의 감정을 공부해서 그걸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쑥스러웠지만, 그걸 극복할 만큼 연기에 대한 욕심이 컸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가 사랑하는 일을 오랜 시간동안 하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이쪽 일을 할 수 있으면 되게 행복할 것 같아요.”

천재도 노력도 결국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그런 면에 있어서 고성희는 이미 자신의 길을 소신 있게 갈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 배우는 마지막으로 인사를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오랜 시간 후에도 지금 제가 생각하고 있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 해요.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준 좋은 분들이 해줬던 이야기들을 항상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미스코리아’라는 작품과 재희라는 역할은 저한테는 큰 의미가 있고 감사한 경험이에요. 앞으로 지금의 관심이나 좋은 이야기들이 부끄럽지 않게 잘 해내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더욱 단단해지는 배우 고성희 지켜봐주세요.”

미스코리아 진(眞) 보다 값진 경험을 배운 고성희. 그가 앞으로 쌓아갈 필모그래피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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