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LA한인타운에서 가장 ‘핫’하다는 전(煎)전문집 ‘다정’
그 자리에서 부쳐주는 각종 전맛이 일품이라고 오렌지카운티까지 소문이 자자하다.
제시카를 반갑게 맞아주는 ‘다정’의 주인장 안창식,세라 안 부부. ‘아이러프 K타운’를 통해 제시카를 잘 알고 있던 터였다.
세라 안: 신문으로 보다가 실제로 보니 더 반갑다.
제시카: ‘다정’이라는 상호가 너무 맘에 든다. 스윗하다.
세라 안: 다정의 뜻을 아나? 어떻게 그렇게 한국말을 잘 하나?
제시카: 대학에서 한국문화를 전공하고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남편도 한국사람이다(웃음)
올림픽 길에 위치한 ‘다정’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근처에 가면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하기 때문.
지난해 6월에 문을 열어 아직 일년이 채 안됐는데도 입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어떻게 ‘전’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을 열 생각을 했을까.
세라 안: 잔칫집에 가면 빠지지 않는 것이 ‘전’이다. 귀한 손님이 오면 꼭 내 놓는 음식이다. 사람 좋아하고 친구가 많은 남편 때문에 집에 늘 손님이 많았다. 평생 들어 온 말이 우리끼리 먹기 아깝다며 음식장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제시카: 그럼 ‘다정’ 주방장은 사모님?
세라 안: 아니… 나는 전만 부치고 모든 요리는 남편이 한다(웃음)
반전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계속해서 음식을 내어다 주던 무뚝뚝해 보이는 안창식 사장의 손끝에서 ‘다정’의 모든 맛이 나온다니!
가자미 파찜, 검은콩국수, 삽겹살 불고기, 어리굴젓 등 ‘다정’은 전 말고도 히트메뉴가 상당하다.
타운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었던 메뉴들이다.
세라 안: 그럴 수 밖에. 평생 집에 초대한 손님들에게만 대접한 음식들이다. 소스나 재료의 배합은 모두 남편만이 할 수 있다. 나도 모른다(웃음)
제시카: 요리사 남편이라… 정말 부럽다. 우리 남편은 먹기만 잘한다(웃음)
언젠가 남편을 위한 조그마한 식당을 하나 내는 것이 꿈이었다는 부부.
안창식 사장은 평생 음식과는 아무 상관 없는 사업을 해왔고 세라 안씨는 뉴욕에서 패션 스타일링을 담당했던 전문직 여성이었다. 은퇴 후 빅베어 인근에서 전원생활을 해오던 부부는 지난해 드디어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상경(?) 한 것.
식당 아줌마 아저씨가 된 부부는 요즘 너무나 행복하다.
친구들을 초대해 음식 대접하는 것이 취미였던 남편은 돈 벌 생각은 안하고 인심쓰기에 바쁘고
아내는 하루 8백 개가 넘는 전을 부쳐대야 하지만 이들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다정’의 음식이 유명해지면서 여기저기서 분점을 내라고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노땡큐’다.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것이 ‘다정’을 오픈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제시카와 안주인 함께 전 부치기에 돌입했다.
호박, 깻잎, 우엉, 고추, 동태, 버섯 등등 신선한 야채에 밀가루를 바르고 계란물을 입혀 달궈진 철판에 조심스럽게 놓는다. 순간, 기름이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다정’은 잔칫집 분위기가 된다.
제시카: 쉬워 보이는데 집에서 하면 잘 안된다. 노하우가 있나?
세라 안: 전은 중불에 부치는 것이 좋다. 밀가루를 입힐 때는 톡톡 여자들 분 바르듯이. 여러 번 뒤집지 않고 앞뒤로 한번씩 재빨리 뒤집는다.
전은 그야말로 부쳐서 바로 먹어야 제 맛. ‘다정’의 전들은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부치는 것이 특징이다. 지글지글 잘 익어가는 전들을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돈다.
제시카 입에 막 부친 전 하나를 쏙 넣어주는 세라 안 사장.
호호 불어가며 ‘다정’하게 먹는 ‘전’맛을 아는 제시카, 한국 아줌마 다 됐다!
하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