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치길의 전쟁..부에나팍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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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맥콤보센터와 빌리지서클 온 케이가 마주보고 있는 비치블러버드와 멜번 에비뉴 사거리

5.한남체인 내 새롭게 오픈한 ‘위 베이커리’

6. ‘틈새시장 공략해요’ 위 베리커리 김성준,김지연 부부(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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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콤보센터와 빌리지서클 온 케이가 마주보고 있는 비치블러버드와 멜번 에비뉴 사거리

한마디로 전쟁터다.

반경 1 마일 안에 한인은행이 7개, 베이커리 5개, 대형 코리안 바베큐집만 4개다. 중국식당 또한 5개, 메뉴에 자장면, 짬뽕이 있는 곳까지 더하면 무려 8곳이나 된다.

그 뿐인가. 마주보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두 곳의 한인마켓 사이에 조만간 또 하나의 마켓이 뛰어들 예정이다.

바로 부에나팍 비치 블러버드와 멜번 애비뉴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이다. 맥콤보센터, 빌리지서클 온 비치 등 네거리 코너마다 자리하고 있는 네 곳의 쇼핑몰 안에는 고만고만한 100여 개의 한인업소가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에나 팍, 풀러튼을 포함한 5만 여명의 북부OC 한인들에게 이곳은 중심 생활권이지만 치열하다 못해 처절한 비즈니스 경쟁은 최고의 이슈요, 화제거리다. 승자와 패자, 웃는 자와 우는 자, 입장과 처지에 따라 사연도 가지각색인 ‘비치길의 전쟁’은 매일매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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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도프길에 건설중인 메가 쇼핑몰 ‘더 소스’ 오는 11월 완공될 예정이다

●최대수혜자는 부에나팍 시(City of Buena Park)

‘비치길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부에나 팍 시다.

주류언론인 ‘OC 레지스터’에서도 최근 ‘한인 비즈니스들이 부에나파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Korean businesses take root in Buena Park)’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내놓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구의 11%인 9천 여명의 한인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 부에나팍에 오렌지카운티 최대의 한인상권이 들어서게 된 것은 완벽한 지리적, 환경적 조건과 타이밍이 맞물린 결과다.

가든그로브에서 라하브라까지 이어지는 비치 블러버드 대로 상에서 부에나 팍은 중심에 위치해 있다. 5번, 91번 프리웨이를 단번에 이용할 수 있어 LA와 어바인을 오가기도 쉽다.

깨끗한 주거환경과 좋은 학군을 갖추고 있어 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풀러튼을 비롯해 20분생활권에 속하는 라미라다, 세리토스, 라팔마, 브레아 지역까지 범위를 넓히면 5만여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소득수준에 구매력, 소비패턴까지 중산층 수준으로 이상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부에나 팍 시의회의 분위기도 어느 때보다 ‘친 한류’다.

한인 밀러 오 시장을 비롯해 프레드 스미스 시의원 등 한인커뮤니티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시의회에 대거 포진하고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아닌가. 내가 한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내가 한인커뮤니티에 각별한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 단 한인상권에 잣대를 달리하며 특혜를 주는 경우는 없다. 그저 최대한 돕는다는 입장이다. 한인상권이 부에나 팍 시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어 기쁘다”

밀러 오 시장은 ‘타이밍’도 좋았다고 표현한다. OC북부타운번영회(OC북부 한인회 전신· 회장 주정수)와 아이캔(한인정치력 신장단체· 회장 찰스 김) 등이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노력해 온 결과와 한인상권 개발 붐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있다는 것이다. 부에나 팍은 당분간 한인커뮤니티의 황금상권으로서 그 위치를 고수할 듯 하다.

현재 한인개발업체 ‘MD프라퍼티(대표 도날드 채)’가 건설 중인 최첨단 메가 쇼핑몰 ‘더 소스’가 완공되면 ‘비치길의 전쟁’은 멜번에서 91번 프리웨이가 턱밑에 있는 오렌지도프 길까지 이어질 전망이다.밀러 오 시장은 현재 비치길 선상에 진행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만 5~6개이며 이중 한인개발업체도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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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마켓과 육선생이 있는 멕콤보 센터

●”같이 살자” vs. “같이 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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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의 오픈이 임박한 빌리지서클 온 비치. 85도 카페베이커리와 일본식 선술집 다미, 홍콩반점 등이 성업중이다.

마냥 행복한 시의회와는 달리 전쟁터는 ‘죽기’ 아니면 ‘살기’, 희비가 엇갈린다.

최악의 불경기도 이곳에서는 딴 동네 이야기다. 지난 석 달 사이 새롭게 오픈 한 업소만 20여개다. 춘추전국시대냐, 과잉경쟁이냐 의견도 분분하다.

“한국 사람들은 왜 비즈니스를 같이 죽자고 하는 지 모르겠다”

동종업소 하나가 늘어날 때마다 나오는 소리다. 몇 해전 업소를 오픈하며 들었던 똑같은 이야기를 이제는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이다.

폭풍 전야라고 했던가. OC 주민들은 오픈이 임박한 ‘H마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남체인과 시온마켓의 대결에 H마트까지 3파전이 될 양상이다.

한국의 개그맨 이름을 걸고 등장하는 바베큐식당 ‘강호동 백정’의 성공여부도 관심사다. ‘수라’와 ‘육선생’이 각각 ‘정통구이’와 ‘무제한’으로 차별화 전략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요란한 빈그릇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빵’의 전쟁도 흥미진진하다. 로컬의 소규모 제과점들을 쓸쓸히 사라지게 했던 파리바게뜨와 케익하우스는 대만계 프렌차이즈 ’85도 카페 베이커리’의 등장으로 긴장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영향이 없다고 말하긴 힘들다”고 털어 놓는다.

골리앗들의 싸움 가운데서 오히려 배짱과 틈새시장 공략으로 눈에 띄는 동네빵집도 있다. 한남체인 안에 새롭게 오픈한 ‘위 베이커리’다.

그랜드오프닝 날짜를 ’85도 카페 베이커리’와 같은 날로 잡은 배짱도 눈길을 끌었다.

남편 김성준씨와 아내 김지연씨가 새벽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일하는 전형적인 스몰비지니스다. 오픈 한달, 매상에 대해 묻자 “예상보다 훨씬 좋다”라며 함박웃음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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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체인 내 새롭게 오픈한 ‘위 베이커리’

“85도에 길게 늘어 선 줄을 보고 오히려 손님들이 격려를 해주신다. 빵도 더 많이 담으시고(웃음). 큰 욕심 없이 손님들과 이웃처럼 지내겠다는 전략이다. 손님들 좋아하시는 빵을 그때 그때 그 자리에서 구워내는 것이 우리 가게의 가장 큰 자랑이다”

‘비치길의 전쟁’, 진흙탕 싸움이 되어 같이 죽을 것이냐, 선의의 경쟁으로 서비스와 제품의 질을 높여 같이 살 것이냐가 문제다.

“000집 음식에는 조미료만 잔뜩 들어간다더라”라며 험담을 늘어놓던 한 주인장의 푸념과 마켓에서 99센트 헐값에 내놓았던 형편없는 딸기박스만 사라져도 답은 나오지 않을까.

하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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