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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그리고 기업은행의 도쿄지점 부당대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해외지점들도 부당대출이나 비자금 관련이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이하 한국시간) 국민은행을 필두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도쿄지점의 비리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던 직원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문제의 심각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민, 우리, 기업 등 3개 은행에서 잇따라 570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적발된 한국내 은행의 일본 현지 점포들이 최근 자산 규모만 커지고 수익성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일본에 진출한 신한·우리·하나·기업·외환 등 5개 은행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84억28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도쿄와 오사카에 지점을 두고 부당대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은 자산 현황 등 공개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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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점포들은 덩치가 커진 것과 반대로 수익성은 부쩍 나빠졌다. 5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4953만달러에서 지난해 3977만달러로 976만달러(19.7%) 급감했다. 지난 8일 전 지점장 김모(56)씨가 자살한 우리은행 도쿄지점의 경우 2011년 1216만달러이던 순익이 지난해는 738만달러로 40%가량 줄었다. 하나은행 도쿄지점도 같은 기간 순익이 391만달러에서 197만달러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은행들은 경영 환경이 어려워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지만 현지 금융권의 리베이트 관행, 인사 관행, 현지 한국인 위주의 영업 방식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요인이 실적 부진에 더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일본 근무를 경험한 은행권 인사들은 입을 모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부당대출이 은행들의 다른 해외 점포에서도 비슷하게 저질러졌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은행 관계자는 “일본 내 금융 환경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부당대출이 일본에서만 일어났을 것으로 보는 것은 난센스”라며 “부당대출 규모나 수법에서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다른 해외점포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도 부당 대출을 통한 비자금 조성이 다른 시중은행 해외 점포에서도 있을 것으로 보고 모든 해외 점포에 대해 전면 재점검할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내 지점 관계자들은 미국의 경우 일본이나 한국과는 사정이 틀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 진출한 한국은행들의 지점들에서는 일본과는 달리 브로커 대출을 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리베이트나 비자금 조성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긴장을 하고 지켜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에서는 금융당국의 감독기능이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도가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을 상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미국내 지점에서도 부당대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지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제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