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절‘, 조금씩 쌓아온 캐릭터들이 터진다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KBS 2TV 주말극 ‘참 좋은 시절’이 초반에는 전개가 느려 답답함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속도만 느린 게 아니라 캐릭터와 캐릭터끼리의 부딪힘도 낯설었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있어 막장적 컨셉을 적절히 활용하면 시청자들도 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참 좋은 시절’은 ‘안티 막장‘이다.

요즘은 드라마도 진행이 김구라의 토크 스피드 정도는 돼야 지루하지 않은데, ‘참 좋은 시절’은 속도로 따지면 ‘낭독의 발견‘급이었다.

느리지만 진정성 있게 심어놓은 캐릭터들의 매력이 어느새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야기 전개도 빨라졌다. 속도가 중몰이 장단급으로 빨라진 것이다.

똑똑하지만 사고로 지능이 어린 아이에 머물러 있는 동옥(김지호) 캐릭터의 ‘포텐‘도 갑자기 터졌다. 한동안 동옥은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하지만 김지호가 “나는 왜 바보가 됐어요”라고 말하며 울때 캐릭터의 매력이 크게 살아났다. 더불어 김지호에게 마음이 있는 공중보건의 민우진(최웅)과의 ‘케미’도 살렸다.

민우진은 사고로 죽은 누나의 제사 음식을 패스트푸드로만 준비하다가 동옥 누나에게 제사 음식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면서 가까워져 ‘케미‘도 살고, 조금은 특이한 커플들의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아냈다.


쌍호(김광규), 쌍식(김상호) 쌍둥이 삼촌과 쌍호에게 “셰프”라고 부르며 접근하는 교감 선생 명란(윤유선), 쌍식과 10년간 몰래 사귄 미숙(윤지숙), 가능성이 열려있는 이 네 사람의 러브라인도 조금씩 재미있어지고 있다.

동희(옥택연)가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마리(이엘리야)와의 러브라인도 기대가 된다. 마리가 혼자 동희를 좋아하고, 동희가 소꿉친구인 마리-우진(최웅)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묘한 질투의 감정을 느낀 것만으로도 새로운 사랑 만들기가 시작된 거다.

‘참 좋은 시절’에는 본처와 첩이 친언니, 친동생처럼 사이좋게 지내며 남편은 죽고 없는데도 함께 산다. 막장드라마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장면이다. 하지만 두번째 아내 하영춘(최화정) 여사가 형님(윤여정)이나 친자식인 동희와의 관계에서 간혹 보여주는 감정 연기는 시청자의 정서를 건드린다.

‘참 좋은 시절’은 출생의 비밀 같은 자극적 장치가 있어도 조금도 자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착하고, 선한 드라마다. 하지만 ‘포텐‘이 터질 때에는 그 힘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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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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