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환이 나오면 주인공 등의 인물들과 대립구도를 만들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강한 극성을 부여한다는 이야기다. ‘기황후’에서 폐하를 째려보는 눈빛만 봐도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닥터 이방인’에서 명우의료재단 이사장 오준규로 분한 전국환은 한순간에 문형욱(최정우) 교수를 제압해버렸다. 향후 탈북의사 이종석과 천재의사 박해진을 경쟁하게 하는 데도 그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환은 인자한 노인, 예의 바른 신사처럼 보이지만 그 미소 이면에는 어마어마한 권력욕과 멈출줄 모르는 욕망으로 가득차 있는 인물을 잘 연기한다.
쓸모 있을 때는 취하지만,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사람은 가차 없이 버리는 그의 (캐릭터의) 용인술은 신자유주의적인 비정함과 잘 맞아떨어진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는 노회한 그의 비주얼과 잘 어울린다.
전국환은 ‘다섯손가락’에서도 지독한 완벽주의자에 엄청난 욕쟁이 독설가 음악인으로 나와 극성을 강화시켜 주었다.
전국환이 맡고 있는 이런 역할들은 주인공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극복과제가 힘들수록 보는 사람은 재미있다. 이런 전국환의 캐릭터는 악역이라기 보다는 끝없이 권력의지를 드러내는 욕망덩어리라 할 수 있다. 있는 사람이 더 독하다. 끝없이 욕망을 추구하는 이런 캐릭터는 충분한 리얼리티를 지니고 있다.
지창욱은 전국환을 3개의 드라마에서 만났다. ‘무사 백동수’와 두 사람이 장인 사위 관계로 나오는 ‘다섯손가락’, ‘기황후’다.
지창욱은 “전국환 선생님은 가만히만 있어도 무섭다. 쳐다보는 대로 느낌이 온다”면서 “사석에서는 장난도 많으시고 유쾌한 분이지만 연기할 때는 벌벌 떨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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