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면TV 속에 ‘비밀’ 숨기다

지지대 곡선미, 배흘림기둥 비견
테두리~화면 3㎜ 틈엔 스피커
삼성TV의 ‘1등 신화’ 잇기 한몫

그리스 고대건축사의 백미(白眉)로 꼽히는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는 배흘림(entasis) 기둥이 사용됐다. 원형 기둥 중간을 살짝 볼록하게 곡선형으로 만들어 시각적 안정감과 함께 지지력을 높힌 방식이다. 서양 뿐 아니라 고려 때 건축물인 부석사 무량수전 등 동양의 옛 건축물에도 엔타시스 양식이 다수 적용됐다.

세계 TV 1위인 삼성전자의 올 야심작인 커브드 UHD TV에는 엔타시스에 비견될 곡선의 미(美)가 숨겨져 있다. 얼핏 생각하면 화면이 휜(curved) 게 전부인 듯 하지만, 또다른 숨은 곡선이 있다. 지지대다.

이달 초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만난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디자인팀의 안성진 수석연구원, 조철용 책임연구원, 김태헌 선임연구원이 숨은 곡선을 만들어 낸 주역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에 있는‘삼성 커브드 UHD TV’ 앞에서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디자인팀의 안성진 수석연구원, 조철용 책임연구원, 김태헌 선임연구원(왼쪽부터)이 제작 과정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해 이들에게 떨어진 임무는 ‘곡면(커브드ㆍcurved)과 초고해상도(UHDㆍUltra High Definition)를 동시에 갖춘 커브드 UHD TV의 특출함을 표현하라’였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화면을 띄우자’이다. 커브드 UHD TV의 최대 장점인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지대가 그 느낌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강조하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지지대 목을 뒷면으로 꺾어 뒤에서 화면을 지지하게 했고, 바닥에 닿는 스탠드도 곡선으로 만들었다. 목의 색깔도 검은색으로 해 정면에서는 메탈 소재의 베젤(테두리)과 스탠드만 보이게 했다.

김 연구원은 “프리미엄 제품을 표현하기 위해 기존 메탈과 다른 한번에 압출한 무광의 통 메탈 소재 스탠드를 썼다”며 “특히 커브드 화면의 곡률 4200R(반지름이 4200㎜인 원의 휜 정도)을 강조하기 위해 스탠드 표면에도 4200R 곡선의 여러갈래 선을 그엇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삼성전자 커브드 UHD TV의 디자인에는 또다른 비밀이 하나 있다. 불과 3㎜인 화면과 테두리(bezel) 사이의 좁은 틈에 배치된 고출력 스피커다.

김 연구원은 “화면이 커지고 베젤이 얇아지는 등 TV가 슬림화되면서 강력한 음량을 표현하는 스피커를 전면에 달기 어려워젺다”며 “그런데 패널과 베젤 사이 3㎜ 정도 틈에 스피커를 넣어 소리를 앞으로 보내게 해 음 손실을 줄였고, 틈도 곡률에 맞춰 휘게 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들이 발견한 이 틈은 그대로 ‘틈(TEUM)’이라 명명됐다. 삼성전자는 ‘틈’을 올해부터 전 세계에 판매하는 고급형 TV에 적용하고 있다.

안 연구원은 “디자이너에게는 제약이 없다는 것이 더 큰 제약”이라며 “다른 모든 회사가 따라하고 싶으면서도 세상에는 없는, 그런 디자인을 찾아야 해서 제작 과정이 쉽지 않았다”며 디자인 개발 당시를 떠올렸다.

이렇게 탄생한 ‘커브드 UHD TV’는 세상에 나온지 100일 남짓 만에 ‘삼성 TV’의 ‘1등 신화’를 잇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 1분기 전 세계 UHD TV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데에도 힘을 보탰다.

조 연구원은 “사무실에 있다 답답하면 카페에 나가 거리를 보거나, 전시회를 다니거나 여행을 하면서 디자인의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며 “실내에 있을 때 오브제(objetㆍ초현실주의 미술에서 사용된 상징적 물체)가 되는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제품을 계속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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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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