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울리는 푸틴, “21세기 새 군사전략 모델 세웠다”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힘(?)’

KGB 요원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쓰고 있는 군사전략이 서방의 집단 안보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나토가 ‘능수능란한’(masterly) 러시아에 한발 뒤처졌다”면서 “러시아의 전략적 사고는 무자비한 20세기식 지정학을 떠올리게 할 지 몰라도, 전술만큼은 21세기 전투모델을 구사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나타난 러시아의 군사전략이 모든 면에서 나토를 압도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전략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소규모 전투 전문가 집단을 투입한 것이다. 지난 3월 합병한 크림자치공화국에서 군대를 동원한 것과 달리 동부 지역에선 신분이 미확인된 소수의 요원들이 활동, 나토가 그 움직임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나토의 한 고위 군 관계자는 FT에 고가의 러시아제 저격용 소총 VSS 빈토레즈와 특수 위장복으로 무장한 전투원 6명이 팀을 이뤄 분리주의 세력을 도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크림 때보다 전문적인 병력이 극소수로 투입됐다”면서 “이런 병력들은 일이 끝나면 매우 빠르게 사라지고 (관공서 점거 등)나머지는 민병대에 맡긴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나토 관계자는 FT가 입수한 우크라이나 동부 사진들을 두고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아니라 사복 차림의 사람들이 부대를 지휘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나 해외정보국(SVR) 소속 요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FSB와 SVR는 KGB가 냉전이 끝난 뒤 둘로 갈라지면서 생겨난 정보조직이다. FSB는 국내 치안과 방첩 활동을, SVR는 해외정보 수집에 주력한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1999년 총리대행에 임명되기 전까지 2년 간 국장을 역임한 FSB는 대테러 작전으로 유명하다.

FSB는 냉전 종식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에 개입, 지역 안보 조직 역할을 담당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가 되는 지역에 소수의 요원을 투입해 현지군사를 조직하고, 계획 및 선동하는 활동은 FSB의 ‘전통적 전술’로, 도네츠크 등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나이젤 잉스터 초국가적위협 실장은 “러시아의 근외지역(옛 소련 공화국)에선 SVR 대신 FSB가 책임을 맡는다”면서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내부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보를 얻는 ‘휴민트’에서도 나토를 앞섰다는 평이다.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집권 시절 많은 수의 스파이를 요직 곳곳에 심었다. 이 때문에 현재 안보ㆍ방첩ㆍ군사정보 조직의 3분의 1 가량이 러시아 첩보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나토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러시아에 허를 찔렸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수백~수천대의 컴퓨터를 감염시켜 정보기술(IT) 시스템을 농락한 악성 소프트웨어(말웨어)의 배후는 러시아였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반면 나토는 러시아의 발을 묶을 효과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머리를 맞댄 미국, 독일 등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군이 드네프르강을 넘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개입을 지속할 경우, 경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기존의 방침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을 입증할 증거가 없는데다 제재 수위도 높지 않아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자국 군대를 우크라이나 내부에 침입시킨다는 서방의 주장을 ‘악마의 소행’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조너선 이얄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국제 책임자는 러시아의 전략은 “정확하고 아름답게 계획된 작전이란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조용하지만 극도로 효과적”이지만 서방은 “처음부터 방심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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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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