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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것만 싼다고 했는데도 벌써 한짐 가득이다. 아직도 챙길 게 많은데 참 난감하다. 난생 처음 타향 살이를 떠나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반찬부터, 꼬깃 꼬깃 감춰온 용돈에 전화카드까지 바리바리 챙기며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준비된 서류와 여권을 보니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하는 기분좋은 긴장감과 함께 끝을 모를 두려움이 찾아왔다.
약 2년전부터 IT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위해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던 Y씨는 최근 실리콘밸리가 아닌 캐나다로 눈을 돌렸다. 사실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Y씨는 얼마전 찾았던 대형 IT 컨벤션에서 한 캐나다 사업가를 만났다. 자신을 매치 메이커로 소개한 그가 Y씨에게 풀어놓은 이야기는 실로 매력적이었다. 아이디어가 아닌 비용 특히, 인건비를 고민하던 Y씨에게 그가 던진 제안은 귀가 솔깃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IT 회사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흔히 개발비나 임대료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답은 ‘개발자들의 연봉’이다. 연봉이란 자신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사실 거주지역의 생활비도 크게 좌우한다. 만일 실리콘밸리에 비해 25% 정도에 불과한 연봉만 필요하며 그것도 정부에서 80%이상을 세금공제가 아닌 환급으로, 그것도 일정기간 동안 회사의 수입과 관계없이 정부가 보장한다면? 여기에 천혜의 자연환경과 완벽에 가까운 복지 혜택이 주어진다면?
최근 캐나다 정부는 실로 엄청난 예산을 IT 인재 유치에 투자하고 있다. 소위 ‘후기 산업경제’가 첨단 기술에 달려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캐나다는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지만 낮은 인구 밀도와 추운 날씨로 인해 기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환경 정책은 제조업을 포함한 일반 기업들이 캐나다를 꺼려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하지만 IT는 전혀 다른 케이스다. 연봉을 빼면 다른 기술 부분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낮고 여기에 환경 오염에 대한 위험이 없다. 캐나다에게 가장 적합한 산업분야인 셈이다.
얼마전 몬트리올로 본사를 옮긴 하드웨어 생산 업체 마이티 캐스트는 캐나다 정부의 획기적인 연봉 지원책에 힘입어 투자금을 이전 대비 4배 이상 연구에 투입하고 있다. IT 대기업 시스코는 지난해 온타리오 주정부에 10년간 최대 40억 달러를 투자하는 대가로 2억200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실리콘밸리라면 상상할 수 없는 혜택이다. 구글, 지멘스, IBM 등 세계 10대 IT 기업 중 7곳도 얼마전부터 “위성 사무소에도 캐나다 국적 회사와 같이 급여 환급 50%를 지원한다”는 정책에 고무돼 캐나다에 브랜치를 확장했다. 대금 결제 업체로 날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스퀘어 등도 캐나다 워털루 지역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모두 캐나다 정부의 자금 지원이 거둬들인 결과다. 캐나다 정부는 또 인재 유치를 위해 ‘스타트업 비자’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캐나다 정부는 그 자질만 인정되면 쉽게 비자를 내주는데 이는 미국인 및 기업에게도 이득이다. 캐나다 비자와 영주권만 받으면 사실 미국에서 사업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게 그 이유다. 실제 캐나다 일대에는 이런 스타트업 비자를 통해 자유롭게 활동하는 인재들이 많다. 지난해 3월 밴쿠버에 설립된 페이스북 브랜치에도 미국 비자를 얻지 못한 다국적 엔지니어 150명이 이 비자를 활용해 근무하고 있다.
물론 이런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높았다. 외국인들에게 국가 예산을 퍼준다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캐나다 주정부는 이를 캐나다인 혹은 캐나다 거주자가 회사의 과반수를 지배해야 한다는 조항을 삽입해해결했다.
한편 일부 기업은 캐나다 정부의 파격적 지원 혜택에도 캐나다로 옮기기를 주저하고 있다. IT 기업 관계자들은 “아직은 실리콘밸리와 미국에 핵심 투자자 및 엔지니어 그리고 경영진이 몰려 있는데 이들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에 대해 염려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여기에 몬트리올을 중심으로 하는 퀘벡주와의 언어(프랑스어)장벽 그리고 미국과는 사뭇 다른 문화적 배경을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