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전이 극으로 치달으면서 중동전쟁에 대한 우려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세계 경제 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라크 내전 충격은 이미 시작됐다. 12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은 세계 에너지기업의 주가가 줄줄이 미끄러지면서 요동치고 있다.
디플레 망령이 배회하는 유럽은 우크라이나 천연가스에 이어 이라크 석유까지 겹쳐 ‘에너지 악재’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은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간신히 살아난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의 이웃나라 터키는 이라크 송유관과 건설프로젝트 차질로 불똥이 튀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12일(현지시간) “이라크 사태가 지속되면 전세계 석유 가격이 배럴당 5~10달러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놨다.
▶국제유가 일제히 급등=국제유가는 이날 이라크 불안감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일제히 급등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배럴당 113.02달러로 3달러(2.79%) 가까이 올라 올들어 최고치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13달러 오른 106.53달러로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 천연가스도 5.19% 상승한 mmBtu당 4.74달러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셰일가스가 없었다면 유가가 10~12% 가량 더 인상됐을 것”이라며 이라크 내전 파급력을 경고했다.
마이클 루이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FT에 “ISIL이 남진해서 바그다드를 향해 간다면 불안정성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이라크 유전지역. [자료:뉴욕타임스] |
▶이라크 불안 세계경제 도미노=이라크발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 회복에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유가급등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석유 탐사업체들의 주가는 줄줄이 미끄러졌다. 터키 최대 에너지회사인 게넬에너지는 5%, 노르웨이 DNO인터내셔널은 8% 하락했다. 두 회사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에 위치한 타우케(Tawke) 유전에서 채취한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영국 원유 시추회사 걸프키스톤도 주가가 16% 폭락했다.
이라크 내전 불똥은 이라크 송유관이 연결된 이웃나라 터키로 튀었다. 11일 터키 10년물 국채금리는 21bp(1bp=0.01%) 상승해 9.12%를 기록했고, 부도위험을 의미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는 9bp 올라 179를 나타냈다. 터키 CDS는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로 시장 불안감이 커진 러시아를 능가한 것이다. 이밖에 이라크 도후크에서 건설프로젝트 추진 중인 터키 기업 엔카 인사트 주식은 3.5% 떨어졌다.
간신히 경제회복 궤도에 올라선 미국의 불안감은 더 크다. 미국은 이라크 원유를 하루 34만1000배럴 수입하고 있다. 이는 미국 총 원유 수입의 4%를 치지한다.
CNBC는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 휘발유 가격과 석유 선물가격을 끌어올려 국내 실물 석유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CNBC에 “올 여름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0~30센트 가량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라크 원유 파급력은?=이라크의 현재 석유ㆍ가스 매장량은 세계 5위이며 국제에너지기구가 추산한 추정 매장량은 3450억 배럴로 세계 3위다.
이라크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올 봄만 해도 340만배럴로 3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은 2020년까지 생산량은 하루 900만배럴로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통화기금(IMF)는 이라크 경제성장률로 올해 6.3%, 2016년 8.25%로 전망해 중동지역 22개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ㆍ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ㆍ티크리트ㆍ바이지를 장악하면서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들 세 도시는 이라크 최대 정유시설이 위치한 곳으로, 현재는 이라크 정부군이 보호하고 있으나 무장단체 손에 넘어갈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ISIL의 통제력이 아직은 석유 생산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국제유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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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