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업용 빌딩, 외국인이 싹 쓸었다

강남 빌딩숲
서울의 한 빌딩 밀집 지역.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외국인들의 투자가 늘고 있는데 특히 최근들어 외국인들이 사들이는 빌딩의 규모가 점차 커지는 추세다 .

외국인 큰손의 한국 빌딩 싹쓸이가 시작됐다.

한국 상업용 빌딩 전문 중개업체들은 최근 올들어 1000억원 이상 대형 건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미 1조원을 돌차했다며 이는 지난 2012년 투자 총액인 3500억원은 물론 지난해 상반기 총액(전체 총액은 1조1270억원)인 5070억원의 2배에 달한다고 전했다.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개당 빌딩 투자금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아제르바이잔 국영 석유기금(SOFAZ)이 서울 을지로2가 파인애비뉴 A동 오피스 빌딩을 총 4억4700만달러(약 4775억원)에 사들인데 이어 이달 초에는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와 아시아 투자회사 림어드바이저스가 서울 중학동 소재 ‘더케이트윈타워’를 사들였다. 이 빌딩의 정확한 매입 금액은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총액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3년 새 외국인 매입 빌딩 중 단연 최고가다. 연면적이 약 90만스퀘어 피트인 이 건물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금융회사 그리고 대형 로펌 등 소위 앵커테넌트 급 회사들이 입주해 있다.

KKR과 SOFAZ 모두 국내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관망세를 보여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서울 도심 지역 오피스빌딩을 사들이고 있다며 이들이 중국과 인도 그리고 브라질 등 신흥 개발국가 보다 한국 부동산의 투자 위험을 더 적게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지난 2000년 중반 이후 한국 부동산의 기대 수익률이 예전보다 낮아지자 소위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불리는 기타 시장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한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 이유는 홍콩과 싱가폴 그리고 몸바이 등 대도시의 빌딩 임대료가 경기에 따라 플러스 마이너스 30%를 오가는데 반해 한국의 임대료는 금융위기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앵커테넌트가 대기업인 빌딩과 공실률이 낮은 도심지 대형 빌딩을 선호한다.또 한국 정부의 공기업 지방 이전 정책으로 매물로 나온 국가기관 건물도 투자 대상이다. 실례로 중소기업진흥공단(서울 여의도동), 신용보증기금(서울 공덕동), 그리고 한국관광공사(서울 다동) 등 본점 건물은 외국계 투자자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는 평가다.

외국계 투자자들의 한국 부동산 관심이 늘면서 투자 방법도 다원화 됐다. 여전히 막강한 현금이 우선이지만 한국계 펀드와 손잡는 사례도 있다. 홍콩계 사모펀드인 ‘거 캐피탈’은 지난 4월 KB자산운용의 부동산사모펀드와 손잡고 서울 동자동 동자8지구에 건설 중인 빌딩과 오피스텔 2동을 매입했다.

한편 중소형 빌딩은 여전히 한국 투자가들의 몫이다. 코리아에셋 등 리서치 기관들은 지난해 300억원 이하 중소형 빌딩의 매수자의 분포가 내국인 98% 대 외국인 2%로 나타났다며 외국계 투자자들이 개인간의 정보거래가 중요한 중소형 빌딩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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