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거미, 내 이름의 자존심을 지킨다

가수 거미가 지난 10일 4년 만에 신보를 발표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씨제스엔터테인먼트로 새 둥지를 틀고 내놓는 음반이라 가요계 안팎의 이목이 쏠렸다. 팬들 역시 오랜만에 거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소식에 기대에 찬 목소리를 높였다.

거미의 4년 만의 결실, ‘사랑했으니..됐어’는 공개 직후 각종 음악사이트에서 정상을 차지했고,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미니음반에 실린 전곡이 음원사이트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거미는 화려한 컴백을 알렸고, 보컬리스트로서의 저력도 입증했다.

최근 거미를 만나 오랜만에 컴백한 소감과 더불어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오랜만에 발표한 음반이 굉장히 뜨거운 반응이다.

“많은 분들이 반가워해주시고, 좋은 반응을 얻으니까 기뻐요. 사실 이번 음반의 목표는 인기보다는,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싶었어요. 그런데 가수 거미의 의미에 대해 대중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고, 인정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좋은 평들이 훨씬 많아서, 또 막연히 ‘좋다’가 아니라 노력한 것을 잘 알아주셔서 더 감사했죠. ‘성장한 것 같다’는 평은 정말 기뻤어요. 게다가 전곡을 다 좋다고, 사랑해주시니 보람이 큽니다”

◆ 4년 만의 음반입니다. 늦어진 이유라도 있나요?

“씨제스엔터테인먼트로 옮긴지 6개월이 조금 넘은 것 같아요. 새 음반이 늦어진 건 이전 회사의 성향도 있는 것 같아요. YG엔터테인먼트의 경우에는 음반을 자주 내는 스타일은 아니죠. 음반을 만들었다가 엎은 것이 2번 정도 있어요(웃음). 고민 끝에 회사를 옮기고, 두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생각했던 것을 정리하게 됐죠. 이후부터 미니음반 작업을 했고, 6개월 만에 탄생했어요”

◆ 오랜만이라 부담과 책임감도 있을 것 같다.

“새 음반은 4년 만이지만, 그동안 OST나 프로젝트 음반에 참여를 했습니다. 음반에 대한 부담보다는 빨리 나오고 싶었죠. 다른 작업도 물론 흥미로웠지만, 오롯이 내 음색만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부담은…아무래도 회사를 옮긴 뒤 처음 내놓는 음반이기 때문에 회사 식구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했어요. ‘잘 왔다’는 생각을 해드리고 싶기도 하고요(웃음). 팬들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생각한 대로 음반이 만들어져가고 있을 때, 팬들이 좋아해 줄 거라고 확신했어요”


◆ 회사도 옮기는 등 약간의 변화를 시도했어요. 계기가 있나요?

“자연스럽게 진행된 것 같아요. YG엔터테인먼트에 있으면서 배운 점도 많고, 지금도 친정 같은 느낌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가수들이 많이 생겼고, 저 역시 ‘음반을 안 내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됐고요. 안 좋은 이별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같아서 옮기게 됐습니다.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지금까지 많이 해오던 음악이고, 다만 표현하는데 있어서 좀 더 여유가 생긴 게 아닐까요? 같은 이별 노래라도, 슬픔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닌,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는…”

◆ 거미가 생각하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누가 들어도 어색하지 않게, 멈춰있지 않고 조금씩 시도하는 거예요. 나만 만족하는 음악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들으시는 분들이 거부감이 없도록, 스스로도 객관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과도한 변화는 아니지만, 조금씩 티 나지 않게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하죠”

◆ 이번 음반에 중점을 둔 부분은요?

“듣기 좋은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따라 부르기 좋고, 감상하기 좋은 음악이요. 또 지나치게 어려우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나도 모르게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을 타이틀 넘버로 정하고 싶었어요”

◆ 어느덧 데뷔 11년이 됐습니다. 달라진 점이 있나요?

“여전히 긴장되고 떨리는 건 변함없습니다. 무대에 설 때마다 부담도 크고요. 활동이 계속 이어질 때는 목 상태부터 컨디션이 걱정이에요. 그래도 예전보단 많이 좋아졌어요. 관리에 대한 방법을 터득하게 된 거죠. 또 어렸을 땐, 노래를 잘하는 가수로 인정받고,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어떤 음악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커요. 어떻게 표현해서 사람들에게 들려줄까라는 생각을 하죠”

◆ 변함없이 지키려고 하는 건요?

“창피하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는 거예요. 하다 보면 타협점이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인데, 자존심 상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지키는 거죠. 데뷔 당시부터 ‘노래 잘 하는 가수’라는 수식어에 대한 부담이 컸어요. 책임감도요. 그래서 ‘거미’라는 이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죠”

◆ 가수 외에 다른 장르에 대한 도전을 생각해 본 적 있다면.

“예능프로그렘 대한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워낙 타고난 분들이 하시는 것 같아요. 오래 하다 보면 흐름을 읽고, 편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가끔씩 나가다 보니 어색한 게 사실이에요. ‘우리 결혼했어요’는 괜찮을 것 같아요(웃음). 굳이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될 것 같아서죠. 파트너요? 주변 분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연하’인데..요즘 박서준 씨가 멋있더라고요(웃음)”


◆ 연기에도 관심이 있나요?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많은 분들이 뮤지컬을 말씀하시는데, 몰입에 대한 걱정이 커요. 그런데 영화 같은 경우에는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좋아하는 몇몇 작품이 있는데, 보면서 공감하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 가수로서 특별히 관리하는 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이 목 관리에는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발성 연습을 꾸준히 하죠. 또 다른 건, 평소 사람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해요. 특히 노래의 경우에는 공감을 할 수 있어야 좋은 노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뤄낼 수 없으니까요. 주변이든, 잘 모르는 분들이든 소통을 하고 이야기를 들으려고 해요”


◆ 거미가 이뤄내고 싶은 ‘꿈의 무대’는 무엇인가요?

“워낙 케이팝 시장이 넓어지고,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저 역시 다른 나라 진출을 시도하고 싶어요. 저의 음악들로 사랑받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죠. 세계 무대를 꿈꿔봅니다”

대중들의 평가와 시선 역시 모두 거둬들이며, ‘거미’라는 이름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거미는 오늘도, 거부감 없는 변화를 시도하며 대한민국 보컬리스트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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