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김수현과 전지현 둘 다 중국 생수 모델 계약 해지를 요청한다고 했다가 결국 광고 모델 계약을 이행하기로 했다.
두 스타의 소속사가 계약 해지 방침을 번복하게 된 이유는 대동소이하다. 한국과 중국 양국간의 신뢰와 이해에 바탕한 교류에 동의했고, 창바이산(長白山)이라는 헝다그룹의 생수 브랜드 헝다빙촨(恒大氷泉)의 취수원 표기에는 어떠한 정치적인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과는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많은 혼란과 논란이 야기된 문제였다. 이를 통해 타산지석 내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될 것도 생겼다. 어렴풋하게나마 ‘한류 기본 매뉴얼’의 중요한 원칙 하나를 발견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가간 갈등은 인접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세계사를 보면 전쟁도 인접국간 나라들이 가장 많이 치렀고, 해외여행도 인접국을 가장 많이 방문한다. 인접국 여행 비율은 보통 전체 여행객중 10%를 넘는다. 적지않은 정치문화적 갈등도 인접국간에 생긴다.
한류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소비하는 행위이자 양국간 문화교류의 성격을 갖는다.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중국에는 없던 ‘치맥’문화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한류는 양국간 민감한 사안들도 만들어낸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그런 민감한 사안을 건드리지 않는 것, 문제가 야기될 소지를 미리 봉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일본 한류를 통해서 이미 학습했다.
중국도 한류를 자유롭게 놔두지 않는다. 한국 콘텐츠가 중국에서 크게 히트할 때마다 심의와 규제로 대응한다. ‘대장금‘때 드라마 수입쿼터 문제가 나왔다. 귀신(도깨비) 이야기를 소재로 한 외국드라마 수입 금지 규정을 광전총국이 만든 건 일본 청백가합전으로 가버린 한류스타 배용준이 주연한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중국에서의 방송을 규제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빠 어디가‘ 등 한국 예능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자 포맷 수입을 1년에 한 편으로 제한한 것은 한국 콘텐츠를 원전으로 하는 짝퉁 프로그램 제작을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에서는 ‘런닝맨’ ‘히든싱어‘의 짝퉁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있거나 제작됐다. 포맷을 수입하지 않고 후난TV에서 제작한 ‘꽃보다 누나’ 컨셉의 ‘화아여소년’이 tvN으로부터 수입해 동방위성TV에서 방송된 중국판 ‘꽃보다 할배’(‘화양예예’)의 시청률보다 더 많이 나온다.
이에 관련된 사안을 놓고 양국간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 각자의 시각에서 해석하기 마련이다. 민감한 이슈도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한류에서 민감한 문제가 터지더라도 정치적인 것으로 확대해서는 안된다. 정치는 정치대로 풀어나가고, 문화는 문화대로 물꼬를 터나가야한다.
김수현과 전지현이 광고하는 중국 생수의 원산지는 백두산이 아니라 장백산으로 표기돼 있어, 백두산을 중국 문화권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불거졌지만, 헝다빙촨 생수 원산지 ‘창바이산’을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보는 건 지나친 해석이다. 1000년전부터 역사에 등장하는 명칭이고, 우리 역사책에도 등장한다.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는 우리도 역사 연구와 외교관계를 통해 대응논리를 만들어나가면서 풀어나가야 한다.
물론 한일, 한중간 민감한 사안을 냉철하게 바라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나친 정서적 접근은 양국간 대립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생수광고 하나로 한국으로 계속 들어오는 중국관광객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서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중국 한류와 관련된 갈등을 풀어가기 힘들다.
이번 생수 논란에 대해 중국인들은 “생수를 홍보했을 뿐인데 왜 계약까지 해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인들도 중국 최고의 스타가 ‘백두산‘에서 나는 한국생수 상품을 광고한다면 비슷한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게 우리에게는 민감한 사인이 될 수 있고, 우리에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이 그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이번 생수논란은 한류 문제를 놓고 정치와 문화를 분리해서 봐야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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