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트 마크인 사자머리를 흔들고 거친 샤우팅까지 그는 안으로 더 깊어지고 뜨거워진 모습이었다. 긴 세월 무대를 떠났지만 그는 사실 한 순간도 노래를 떠나지 않았다. 부엌과 거실, 침실 방마다 라디오를 켜놓고 수십년간 가요 트렌드를 몸으로 익혔고,’나라면 이렇게 부를 텐데‘ 라며 요즘말로 커버를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6월 28일 오후6시 코엑스홀에서 열린 ’김추자 콘서트-늦기전에‘는 왕년의 히트곡 넘버와 더 세련되진 신곡으로 장년층을 흥분시켰다.
막이 오르자 머리에 밴드를 묶은 김추자가 무대 중앙 계단에서 내려오며 특유의 꺼끌꺼끌한 보이스로 이번에 내놓은 새 앨범의 타이틀곡 ‘몰라주고 말았어’를 선보였다. 펑키한 그루브감이 생동하는 곡이었지만 김추자는 첫 무대인 만큼 주춤하고 시원하게 내지르진 못한 듯 보였다.
두번째 선보인 뽕끼 가득한 ’가버린 사람아‘는 충격적이었다. 정작 노래가 아닌 김추자의 퍼포먼스였다. 무대 중앙에 마련된 계단을 오르내리며 앉아서 몸을 흔들어대던 그가 계단 꼭대기 위에서 다리를 들어올린 채 뒤로 벌렁 나자빠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 순간 객석은 고요했다.
이날 팬들은 모두 장년, 노년층 팬들로 모처럼 옛 스타의 귀환을 반기며 반듯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얌전히 객석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60대의 김추자는 이들 앞에서 누워 엉덩이를 들어 올린 것이다. 이는 60년대 그가 무대에서 처음 엉덩이를 흔든 것 만큼이나 충격이었다. 김추자는 이어 세번째 신곡 감성적인 ’내곁에 있듯이‘를 선보이며 콘서트의 PART1을 마감했다.
이 때 아나운서 오상진이 막간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맡아 김추자에게 컴백 소감을 물었다.
김추자는 “음악도 좋지만 애미, 아내 노릇하며 가정살림하는걸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잘 살았습니다”고 말해 객석의 박수와 공감을 자아냈다. 김추자는 또 “그동안의 시간을 책으로 써내려면 1년이 가도, 2년이 가도 모자란다”고도 해 할 말이 많음을 내비치기도했다.
김추자는 곧 추억의 히트 넘버를 이어갔다. ‘거짓말이야’‘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무인도’ 를 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밑바닥을 긁으며 끌어내오는 특유의 보컬, 리듬을 온몸으로 타는 몸부림에 가까운 퍼포먼스는 인상적이었다. 33년동안 헤어졌던 명곡들이 주인과 해후한 것이다.
이 외에도 ‘후회’‘커피한잔’‘빗속의 여인’까지 이어가며 소리가 더 시원해지더니 ‘님은 먼 곳에’에 이르러 김추자의 소리는 확실하게 터졌다. ‘꽃잎’에 이어 ‘고독한 마음’에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연습이 있었는지 진한 감성과 툭 트인 사운드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날 김추자의 노래를 더 빛나게 한 건 밴드를 이끈 베이시스트 송홍섭이었다. 송홍섭 앙상블과 함께 별도로 꾸민 ‘하늘을 바라보소‘는 열띤 기타 사운드와 트로트의 뽕끼감 짙은 김추자의 어울림으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김추자는 콘서트 후반에 후끈 달아올랐다. ’늦기전에‘를 마지막으로 선사했지만 앵콜곡으로만 30분을 더 채웠다.
이날 콘서트 게스트로는 바비킴과 전인권이 무대에 섰다.
바비킴은 ”데뷔20여년이 되는데 솔직하게 말해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은데, 선배님에게서 용기를 얻게 됐다“며 ‘What a wonderful world’와 나훈아의 ‘사랑’을 선사했다.
전인권은 ”김추자 선배님은 우리 민족에게 자유란걸 일러주신 분“이라며,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이날 가수 인순이는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하다 꽃다발을 들고 무대로 올라와 선배를 축하하며, ”‘무인도’‘님은 먼 곳에’를 부르며노래 연습을 시작했다“며 김추자의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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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