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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커뮤니티 은행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영어권’이라 표현할 수 있는 1.5세와 2세들이 약진하고 있는 추세다. 단지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이중 언어 구사 능력을 무기삼아 탁월한 실적을 올리며 중추적인 역할을 너끈히 감당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로 윌셔은행 미드윌셔지점의 크리스티나 최 지점장을 꼽을 수 있다. 8명의 소수 정예 인원을 가지고 대출 1억달러 고지를 넘긴 그들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 반평생을 은행에서
크리스티나 최 지점장은 3살 때인 1975년 가족들과 함께 LA로 이민을 왔다. UC 샌디에고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며 아르바이트로 웰스 파고 뱅크에서 2년간 근무했다. 단순한 용돈 벌이로 시작한 은행과의 인연이 어느덧 21년째가 됐다. “이렇게 오래 은행에서 일을 할 줄 몰랐어요. 특히 처음에는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몰라 고생도 많이 했죠. 그나마 심리학을 전공한 것이 고객들과 상담할 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처음 론 오피서를 할 때 알게 된 분과 지금까지도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 1995년부터 외환은행(CKB)에서 근무를 했지만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일본계 스미토모 뱅크로 둥지를 옮겼다.
▲ 최연소 지점장
다시 한인 커뮤니티로 돌아온 것은 1999년의 일이다. 한미은행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4년 만인 2003년 가디나 지점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나이 31세. 한인 커뮤니티 은행 최연소 지점장이라는 영예를 안게 된것. 이후 커먼웰스 창립 멤버로 합류해 프라이빗 뱅킹을 경험했다. “결국은 사람을 보고 고객들이 움직이더군요. 정말 힘든 시기였죠.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당시 최운화 행장님의 비전을 보고 옮기게 됐는데 솔직히 살짝 후회한 적도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편안한 길 보다는 늘 도전하는 쪽을 선택했던 거 같아요”
▲ 인화단결
본부장으로 새한은행에서 4년간 근무하다 윌셔은행으로 옮긴 최지점장에게 내려진 임무는 침체 상태였던 미드윌셔 지점을 맡는 것이었다. 이 지점은 1년 이상 지점장이 없던 곳으로 실적이 반토막이 난 상태에서 중책을 떠안게 됐다.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를 다진 최지점장은 직원들에게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회식도 하고, 같이 야구도 보러가며 하나의 팀으로 똘똘 뭉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직원들에게 바쁜 시간을 쪼개 컴퓨터와 영어 회화 실력을 배양하도록 독려했다. “현재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다보면 정체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자기 개발에 힘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주기 위해 여러 부서를 돌아가며 경험하게 했죠. 함께 일하던 직원이 능력을 인정받아 매니저급으로 승진해서 다른 지점으로 옮길 때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윌셔와 맨하탄에 위치한 미드윌셔 지점은 초창기부터 말이 많았던 곳이다. ‘윌셔하고 웨스턴에 대형 지점이 있는데 굳이 이 곳에 지점을 낼 필요가 있냐’는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2012년 2월 지점장으로 부임한 뒤 오기가 생겼다. 둘러보니 오히려 장점이 눈에 띄였다. 주변에 솔레어와 머큐리 등 대형 콘도들로 인해 상권이 활성화된데다, 지점이 아담한 규모기 때문에 오히려 ‘프라이빗 뱅크’의 느낌도 들 수 있어 얼마든지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게다가 파킹이 편하고 로케이션도 좋아 손님도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쏟은 정성은 풍성한 열매로 되돌아왔다. 2013년 윌셔은행 자체 평가에서 30여개 지점 중 전체 1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은 것이다. “규모가 작다는 것이 단점으로 보일 수 있지만 멤버 교체가 적다보니 손님들과 가족처럼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바닥을 친 지점을 단기간에 1등으로 끌어 올려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최고의 서비스로 고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사랑방 같은 지점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 1세와 2세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
최지점장의 꿈은 보다 많은 2세들이 한인 커뮤니티에서 함께 일을 하는 것이다. “부족한 한국어 실력 때문에 재능있는 2세들이 한인 은행보다는 주류 은행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족하지만 제가 롤 모델이되었으면 합니다. 1.5세나 2세들도 능력을 갖춘다면 얼마든지 한인 커뮤니티 은행에서 높은 직책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거죠. 이제는 한인들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종들을 유치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외에도 스패니시 등에 능통한 젊은 세대들이 기성 세대와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새한은행과의 합병으로 최지점장은 6가와 웨스턴에 위치한 노스웨스턴 지점도 함께 맡아 1인2역을 감당하고 있다. 가정주부이자 윌셔은행의 2개 지점을 맡아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하지만 최지점장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늘 도전을 즐기는 최지점장의 인생에는 쉼표가 없다.
손건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