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 이하 군도)는 선인과 악인 사이의 딜레마에 주목한다.
배우 강동원이 연기한 탐관오리 조윤은 이유 있는 악인이다. 철저하게 계급이 정해진 사회에서 뛰어 나기만 한 그는 칭찬받기에 마땅하진 않지만 동정받기에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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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의 아들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사랑이라곤 받아본 적 없는 그의 모습은 분노와 동시에 슬픔이 묻어 나온다. 그의 악행은 비극적인 결과를 낳기에 충분할 정도로 어리석었지만 절대 빼앗기지 않으려는 어른이 되지 못한 어린 아이의 오기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한이 서린 눈빛으로 상대와 맞대결을 펼치는 중 상투가 잘려나가 머리가 풀어지는 장면에선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악역임에도 아름다운 그의 모습은 강하지만 쓸쓸한 조윤의 이중적인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나게 했다.
차분한 말투와 더불어 치켜 올라가는 입꼬리에서 서늘함이 느껴지는 조윤이지만 마지막에 보이는 맑은 눈망울은 그에 대한 증오를 슬픔으로 바꾸는 힘을 가졌다.
막이 오를 때까지 그의 모습에서는 다 가진 자의 여유와 만족은 보이지 않고 안쓰러움이 크다. 쫓기는 듯한 그의 모습을 강동원은 ‘조윤’이라는 캐릭터로 그 만의 독특한 아우라 안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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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과 대립하는 도치 역의 배우 하정우는 1인 2역의 인물을 표현하며 이유 있는 선인의 입장을 대변했다. 관객을 움직이는 배우라는 수식어처럼 하정우는 한 영화 안에서 두 가지 얼굴을 가진 백성의 빛과 도적을 그렸다.
하정우는 ‘돌무치’와 ‘도치’라는 캐릭터에 다양한 행동과 감정을 넣어 냈다. 조금은 모자란 면을 표현하기 위해 고개를 까딱거리는 모습, 가끔씩 멍하니 초점을 잃은 듯한 모습은 ‘역시 하정우’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가족을 빼앗겨 군도로 들어온 그의 모습 안에서 ‘나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분노가 마냥 순수하기만 했던 그를 덮었다. 어리숙한 백정 돌무치가 뜻이 같은 조력자들을 만나 도치가 되는 과정이 이해되면서도 조윤과 대비 돼 더 든든하다.
세상을 등진 백성의 적, 조윤은 진정한 악인일까. 도치처럼 그도 곁에 항상 머물며 조언을 해주는 정신적 지주가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진정한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조윤과 악인과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도치의 간절함이 만나 두 캐릭터의 시너지를 불러일으킨다.
한편 ‘군도’는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3년, 백성의 편인 수장 쌍칼 도치(하정우 분)를 필두로 의적떼 군도, 지리산 추설과 백성의 적, 조선 최고의 무관 출신 극악무도한 대부호 조윤(강동원 분)의 한 판 승부를 다뤘다. 오는 7월 23일 개봉.
온라인 이슈팀기자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