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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만장(氣高萬丈)이란 말이 있다. 일이 뜻대로 잘 될 때에 우쭐해져서 지나치게 기세가 높아지거나 성을 낼 때에 지나치게 날뛸 정도로 기운이 펄펄 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한인타운 인근 아파트 소유주들을 보면 바로 이 기고만장이란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렌트비는 자고 나면 오르고 입주 희망자는 넘치다보니 기존 거주자에 대한 배려는 오간데가 없다.
최근 LA 한인타운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인 Y씨는 집으로 들어가다 그야말로 자지러질 뻔했다. 아파트 소유주인 L씨가 버젓이 Y 씨의 집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아파트 주인은 놀라는 Y씨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이런 저런 지시를 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냉장고와 방까지 뒤지면서 요구사항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L씨의 횡포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에는 맘대로 인부들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와 “고칠 데가 많으니 며칠 다른 데 다녀오라”며 억지를 부렸다. 말만 안했지 방을 빼달라는 요구나 다름 없었다. 맘이 상한 Y씨가 이웃에게 이런 사정을 털어놓자 이웃들도 집주인 L씨가 자기 집에도 심심찮게 찾아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아파트 거주민인 K씨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건물주가 렌트 컨트롤 때문에 집값을 맘대로 올리지 못하자 건물을 팔겠다며 기존 주민들을 막무가내로 내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른 아파트로 옮기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렌트비가 너무 올라 도저히 지금 가격으로는 비슷한 아파트로 가기 어렵다.
Y씨는 지금 살고 있는 2베드 아파트에 워낙 오래 살다보니 한달에 1500달러 정도를 내고 있지만 최근 한인타운 아파트들을 보면 2베드는 2000달러를 줘도 구하기 힘들다. 새 아파트는 사정이 더욱 나빠 최근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들은 스튜디오가 2000달러에 달한다. 2베드나 3베드는 4000달러가 넘는 곳도 흔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를 소유한 상당수의 한인들이 렌트 및 입주자 권리 규정을 잘 모른 채 횡포를 부리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한다. 거주자 동의 없이 집에 함부로 들어가거나 계약 기간 만료 전 퇴거 강요, 그리고 근거 없는 수리 비용 청구 등은 엄연히 시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입주자들도 소유주가 지나친 것을 강요할때는 이를 증거로 남기면 권리를 보호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