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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이용자가 이동통신사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게 되면서 불꽃튀는 마케팅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 연방하원은 지난 25일 패트릭 레히(민주·버몬트) 상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비자 선택에 의한 언록(unlock) 자유화와 무선통신 경쟁력 강화 법안’을 구두 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가결 처리했다. 법안은 지난 15일 상원에서 이미 만장일치로 통과한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이 확실시되고 있어 조만간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언록’이란 처음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등록됐던 이동통신사를 다른 회사로 옮기는 일을 뜻하며 이날 통과된 법안은 휴대전화만 아닌 태블릿PC 같은 다른 무선이동단말기도 이 법안에 적용되는지를 검토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레히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소비자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며 기존 단말기의 지속적인 사용을 촉진하는 게 이 법안의 취지”라며 “초당파적으로 신속하게 법안을 처리한 하원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올 1월 백악관 온라인 시민청원에 등록된 ‘언록 자유화’ 요구가 기폭제가 됐다. 언론자유화 요구란 연방 저작권 사무소가 지난 2012년 이통사 무단 변경을 불법으로 판결한데 대한 반대 운동으로 이통사를 한곳만 이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해 왔다. 지금까지 미 전역에서 약 11만4000명이 서명했다.
지금까지 미국내에서 거래되는 휴대전화는 특정 이동통신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연동돼 왔다. 심지어는 약속된 사용기간이 끝났거나 서비스 계약을 종료하더라도 단말기에 지정된 이동통신사를 마음대로 바꾸면 연방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돼 이통사를 바꿔 사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소비자들은 자신의 마음대로 이통사를 택할 수 있게 됐다. 단 각 회사와 맺은 약정기간만큼은 ‘언록 자유’와 무관하기 때문에 중도해지에 따른 벌금은 납부해야 한다.
한편 언록이 허락되면서 각 이동통신사들은 어느때보다 치열한 마케팅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언록 조치가 이통사 1~2위를 다투는 버라이즌과 AT& T에게 유리할 것으로 점쳤다. 양사가 통화품질과 네트워크 범위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언록에 따라 나가는 고객보다는 유입되는 고객이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두 회사는 기존 강점을 강조하면서 좀더 세분화된 사용료 등 옵션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스프린트와 티모빌, 메트로 PCS 등은 고민이 깊다. 언록 조치로 그간 선두권 기업에 맞서 경쟁 무기로 활용하던 전화기 구입비용 지원 프로모션이 매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업체들은 가격을 더욱 낮추거나 이동시 벌금을 대납하고 보유 전화기 종류를 늘리는 등의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신규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따라서 스프린트는 티모빌 인수를 서둘러 출혈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기타 업체들도 상호 합병 등을 통해 몸집 불리기를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