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익구조 다변화하려면…

전통 버리고 디지털은행 변신…내실있는 사회적은행 증가

자산 연간 10% 내외 꾸준한 성장

ATOM BANK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수익성이 낮아지는 데 따라 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현실을 탓하기 앞서 ‘이자 따먹기’ 등 정체된 영업관행을 벗어나 수익 다변화를 위한 획기적인 자구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금리 기조는 공통 현상이고, 미국과 유럽의 선진 은행들은 이미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면보다 효율 택한 영국=전통적 금융강국인 영국에선 디지털 전용 은행인 ‘아톰 은행(Atom bank)’이 내년 문을 연다. 오프라인 점포가 없고 물리적 IT 시스템 없이 은행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디지털 가상공간)에서 구현하도록 했다.

미국 등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스마트폰 앱 기반의 모바일 전용 은행과 비슷하지만 서비스 수준이 입출금, 송금 등 기초 업무를 넘어 계좌 개설, 대출 등 전 금융서비스까지 확장됐다는 점에서 형체만 없을 뿐 실제 은행과 차이가 없다. 아톰 은행은 기존 ‘몰입형 은행(engagement bank)’의 한계점 보완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출현하게 됐다. 몰입형 은행은 고객 수 확대가 한계에 직면했고, 여신금리 상향이 어려운 가운데 은행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친밀도, 충성도, 몰입도를 높인 유형이다. 긴 호흡으로 제한된 고객에게 장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메트로 은행(metro bank)이다. 느리고 불친절하기로 유명했던 영국 은행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은행 지점을 ‘가게(store)’의 개념으로 재정의했다. 주7일 근무로 휴일도 없애고 15분내 계좌·카드 개설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메트로 뱅크의 지난 3월말 예금은 16억2000만파운드로 전년동기대비 131% 성장했고, 총대출은 9억6000만파운드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8%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지점과 IT 시스템에 고비용이 들어가면서 아예 점포를 없애는데 더해 IT 시스템도 소프트웨어 회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빌려쓰는 디지털 전용 은행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고객은 바보가 아니더라…”=유럽·북미를 중심으로 사회적 은행(social bank)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은행이란 사회적 공익을 대출·투자의 핵심 가치로 삼고 경영의 투명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은행을 가리킨다. 2009년 설립된 GABV(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는 사회적 은행들의 대표 연합체로 18개 국가의 25개 은행이 소속돼 있다.

자산 규모는 초대형 은행들에 비해 작지만 내실있는 은행들이 많다. 독일의 사회적 은행인 게엘에스뱅크(GLS Bank)는 2010년부터 4년 연속 독일 전체 은행 중 ‘올해의 은행상’을 차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메가뱅크들의 총 자산대비 순익률(ROA)이 0.41%포인트 하락한 반면 사회적 은행들은 0.03%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자산 성장세도 꾸준하다. GABV 소속 은행들의 자산은 매년 10% 내외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현업과 관련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관계 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공시로 경영의 투명성을 꾀하며, 실물경제 위주로 투자하는 점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에서는 몇년전부터 ‘지역밀착형’ 은행들이 늘고 있다.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중시하고, 은행이 위치한 지역의 중소기업들을 지원함으로써 충성도를 쌓는 영업방식을 구사한다.LA지역의 한인커뮤니티 은행들과 흡사하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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