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 짐꾼이 없어도 되는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배낭여행 프로젝트’ 3탄인 ‘꽃보다 청춘’은 20년 지기 40대 뮤지션 3명만 달랑 떠났다. 재미를 어디서 뽑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꽃할배‘나 ‘꽃누나’에서 이서진과 이승기 등 짐꾼은 할배와 누나와의 관계에서 특수하고 재밌는 관계를 예상하고 인위적으로 투입시킨 캐릭터다. 할아버지, 누나들만으로 떠나면 너무 심심해질 것 같아서다.

하지만 지난 1일 베일을 벗은 tvN ‘꽃보다 청춘’ 1화에서는 20년 지기 절친, 윤상-유희열-이적이 함께 여행을 하면서나눈 대화나 상황에 따른 각각의 행동양식 등을 보면서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벌써부터 각자의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제작진의 몰래카메라에 속아 ‘동네 형‘ 같은 맨 몸으로 떠나 페루 여행을 시작하기까지의 여정이 그려진 1회는 오히려 한층 촘촘해진 웃음과 감동으로 대박을 느끼게 했다.

특히 1회 종반부 이적과 윤상과의 대화에 이은 미묘한 기류는 시청자들도 여행을 떠나면 충분히 닥칠 수 있는 상황임을 느끼게 해 공감 100%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적은 배변 활동에 민감한 윤상을 배려해 화장실이 달린 방을 찾아 헤매다 겨우 잡은 숙소에서 그 사실을 몰라주는윤상의 한마디에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이때의 이적 표정은 1회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윤상이 이적에게 “위 아래가 있는데 너가 1층 침대 잤냐”라고 할 때 뒤에서 묵묵히 형들을 배려했던 이적의 마음을 상하게 했던 것이다. 나영석 PD는 이 점을 놓칠 리가 없다. 이어 윤상과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이적이 어린아이처럼 엉엉 우는 모습이 2화 예고편으로 내보냈으니, 어찌 2화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나영석 PD와 이 세 명의 뮤지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화를 통해 유희열이 이렇게 적응력이 좋은 사람인지도 처음 알았다. 여자들에게 인기좋은 ‘감성변태’ 정도로만 알았다. 낯선 리마에서 7천원짜리 10인실 혼성 도미토리에 적응, 아니 즐기는 걸 보고 보통 내공을 넘어섰음을 알았다. 여행 프그램을 만드는 교양PD라면 무조건 유희열을 캐스팅해야 할 것 같았다.

해외배낭여행을 하면서 밤에 남녀가 자고 있는 유스호스텔에 들어갈 때 덜컥 겁이 난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유희열은 7천원에 재워주고, 주스 빵으로 아침까지 주니 가격면에서 최고라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공동 샤워장에서, 카메라가 비추는데도 자연스럽게 샤워를 했다.

게다가 유희열은 인천공항에서 이륙직전 비행기에서 리나의 숙소를 예약하고, 비행기에서도 자지않고 책을 들여다보고 여행을 준비했다. 리마에서 지리도 밝았다. 메르카도 전통시장에서 주스를 먹고 그 스트로를 여자종업원에게 건내던 모습도 신선했다.

이들 세 명은 페루 첫날부터 친절한 것 같았던 택시 기사에게 눈 뜨고 잔돈을 떼이기도 했다. 힘든 여건을 적응해나가는 이들의 모습이 자꾸 보고싶어진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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