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이 역대 최고 관객수를 기록하기까지 그 과정은 독특한 면이 있다. 역대 개봉영화 신기록을 매번 갈아치울 만큼 무서운 흥행 속도를 보인 것은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광속 질주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명량’의 흥행을 주도한 관객층이다.
▶‘명량’ 흥행 이끈 건 ‘12척의 배’ 아닌 ‘40대’=‘명량’이 지난달 30일 개봉한 이후 12일치 연령대별 예매율 자료를 보면, 40대 관객이 흥행을 주도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20~30대 (여성) 관객이 영화의 주 수요층이라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인 결과이다.
7월30일부터 8월10일까지 ‘명량’의 성별.연령대별 예매율을 살펴보면, 여성 관객층에서 40대의 비중이 18.1%로 유독 높았다. 20대 여성 관객(19.5%)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10대 이하 여성 2.5%, 30대 여성 14.7%, 50대 여성 2.9%)
역대 천만 영화들의 경우 20대 여성관객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광해’ 28.2% (40대 여 10.7%), ‘도둑들’ 24.8% (40대 여 13.6%), 변호인 21.4% (40대 여 15.1%)로 20대와 40대 여성의 예매율 차는 적게는 6%, 많게는 10% 이상 났다.
남성 관객의 경우에도 연령별 예매율 자료에 따르면 40대(13.3%)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그 뒤를 30대 12.3%, 20대 10.7%, 50대 3.6%, 10대 이하 1.3% 순으로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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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관객, 왜 ‘명량’에 열광하나=‘명량’이 40대 관객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데는 몇 가지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우선 40대 관객층이 주로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는 점에서, 자녀 교육 차원의 목적을 염두에 둔 관람 사례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에 비해 10대 관객 비중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은, 15세 이상 관람가이기 때문에 영화관을 찾지 못한 관객층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 해당 수치가 개봉 2주 간의 초반 예매율이라는 점에서 부모들이 먼저 보고 자녀들을 데리고 가는 사례 등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올 상반기 극장가엔 관객들이 발길이 뜸했다. 한국영화의 경우 다소 어둡고 잔혹한 누아르(‘우는 남자’, ‘하이힐’, ‘황제를 위하여’ 등)와 같은 장르가 한꺼번에 나오면서, 40대 여성관객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했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상반기 한국영화산업 결산’ 자료에서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2%(1403만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이렇다할 한국영화 흥행작은 ‘수상한 그녀’(865만 명) 정도로, 이후 극장 나들이가 뜸했던 중년 관객들이 ‘명량’ 개봉을 계기로 다시 터져나오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재관람율도 역대 최고치 기록할 듯=한편 ‘명량’의 재관람율도 주목할만 하다. 개봉 12일차 기준으로 4.8%를 기록했다. 재관람율이 높다는 것은 영화가 남긴 감동과 여운이 커 관객들이 다시 극장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자신의 부모에게 추천하는 등 가족의 티켓을 끊어주면서 발생하는 수치로도 볼 수 있다. 최종 재관람율 8.1%를 기록한 ‘겨울왕국’이 개봉 12일 차에는 3.9%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명량’이 ‘겨울왕국’의 최종 재관람율 기록도 무너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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