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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영업 환경이 나빠지고 있어 고민이 깊다.
삼성전자가 ‘노선별 지정항공사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제도를 잇따라 실행할 계획인데다 중동 지역 분쟁과 러시아와 서방국가 간의 관계악화,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해외여행 기피 현상 등 항공수송의 ‘악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이것은 곧 항공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기업출장 승객 영업은 그동안 항공사에 알짜 수익을 가져다 줬다. 일반 여행객은 항공권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일정을 바꾸지만 기업 출장승객은 일정 변경이 거의 없어 가격 할인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었다. 특히 임원들은 대부분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기에 국내 대기업 출장 승객 관련 항공사의 매출은 연간 수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연중 동일한 가격, 수하물 우선 취급 등 사실상 가격할인 요구에 버금가는 조건으로 지정항공사제도를 도입, 기업출장 승객을 대상으로 한 항공사들의 좋은 시절은 사라지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비용절감 등 기업의 경영효율을 내세운 지정항공사제도에 시비를 걸 문제가 아닌데다 다른 기업들도 잇따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는 상황이다.
두 국적항공사는 말레이시아 항공사 여객기가 7월에 격추되기 넉달 전인 지난 3월부터 유럽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하늘길인 우크라이나 상공을 통과하지 않고 있다. 분쟁지역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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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이 기간 한달 동안 37편의 화물수송기를 우회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편당 105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 한달에 약 3만8850달러 정도의 손실을 기록했다.
아시아나도 우회 노선 이용으로 편당 약 2천달러 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항공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폭격 등을 이유로 지난 7월 19일부터 인천-텔아비브 노선의 운항을 중단, 1회 왕복 당 22만달러 가량의 매출을 포기했다. 이 노선을 주 3회 운항했으니 지금까지 한달 동안 12회의 운항중단으로 약 264만달러의 매출이 날아가 버린 셈이다.
에볼라바이러스 확산도 국적항공사들이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여행 심리가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적항공사들은 원화강세로 한국인들의 해외여행이 늘어나는데다 원유 등 수입원자재 가격이 낮아져 환차익이 발생한 데 따른 실적 향상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2분기에만 4,733억원의 환차익을 얻었다고 발표했을 정도였지만 영업환경의 악재가 이어지자 분위기가 금세 가라앉고 있는 형국이다.
아시아나가 최근 A380기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는 것도 대형 항공기가 장거리노선에서는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어서 영업환경의 악화 추세를 이겨내려는 시도인 셈이다. 이명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