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신의 손’은 삼촌 고니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손재주와 승부욕을 보이던 대길(최승현 분)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타짜 세계에 겁 없이 뛰어들면서 운명의 한 판에 전부를 내걸고 한 판 승부를 벌이는 이야기다.
최승현, 신세경, 곽도원, 이하늬, 유해진, 오정세 그리고 김윤석까지 면면이 화려한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배우 박효주도 가시돋힌 빨간 장미같은 작은 마담 역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내세워 영화의 완성도에 힘을 보탰다.
최근 본지는 박효주와 ‘타짜-신의 손’의 캐스팅 이야기에서부터 여러가지 촬영 현장의 이야기를 나눴다. 스크린에서는 버건디 색깔의 서늘한 섹시함을 풍기던 박효주. 이날은 청량감 있으면서도 담백한 푸른색을 연상시키는 미소로 기자와 만났다.
“‘타짜2′ 제작 소문은 오래전부터 들었어요. 강형철 감독님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이 새로운 소식이었죠. 시나리오 주실 때 ‘작은 마담’이라고 적어서 주셨어요. 저의 역할 적인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하모니를 고려해서 봤어요. 아무래도 ‘타짜’에 대한 과거의 기억들도 있고, 저도 한 명의 관객으로서 어떤 시선으로 봐야할까 하면서 읽었는데 원작에 대한 느낌이 금방 없어지는 것이 ‘타짜-신의 손’의 가장 큰 매력이었죠. 그야말로 많은 캐릭터들의 향연이었어요. 전체적인 하모니의 느낌이 강렬하게 와닿는 오락영화더라고요.”
“스피드한 전개가 시나리오에도 읽혔어요. 그렇지만 너무 가볍지만은 않고 메시지들이 담겨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작품 자체가 고스톱 같달까요? 비중있는 것보다는 피가 한 장 한 장모여 고스톱 판을 만드는 것처럼요. 저도 그런 부분의 피 정도로 놓여지고 싶었어요.”
‘타짜-신의 손’은 3인 3색 여배우들의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신세경, 이하늬와 함께 박효주는 영화의 꽃을 피우는 역할을 했다. 그는 극중 사람들에게 꽁지 돈을 빌려주는 화투판의 빨대 작은 마담 역을 맡아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서늘한 섹시함을 스크린 속에서 발산했다. 박효주는 작은 마담의 의중을 알 수 없는 ‘눈빛’에 많은 심혈을 기울여 연기했다.
“각자의 개성들이 참 강하죠. 미나는 시크하고 우사장은 백치미가 가득하면서도 섹시한 그런 매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맡은 작은 마담은 웃는 것 같지만 눈은 날카롭죠. 의상피팅, 메이크업 같은 것도 하나의 캐릭터에 반영이 되니까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진한 버건디가 어울리는, 서늘한 섹시함, 차가운 느낌들이 저에게 왔어요. 작은 마담은 눈빛이 가장 중요해요. 웃고는 있지만 사람들을 하나하나 간파하고 있어요. 그런 눈빛들을 관객들도 느낄 수 있도록 강조해서 연기했습니다.”
‘타짜-신의 손’의 최승현은 화투를 이용한 화려한 손기술로 볼거리를 다양하게 만들었다. 박효주 역시 화투판에서 돈을 빌려주는 작은마담 역할인만큼, 돈을 능수능란하게 세는가하면, 지폐를 자연스럽게 부채꼴을 만들며 캐릭터의 색채를 더한다. 너무나 자연스러워 쉬워보이겠지만 박효주는 이 또한 은행 지점장을 만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저는 돈 세는 것을 연습했어요. 하하. 돈을 잘 못세서 친구 어머니를 통해 은행 지점장님을 찾아갔죠. 정말 친절하게 가르쳐주셨어요. 제 역할이 돈과 관련돼 있어 실제 돈 가지고 해야 착착 손에 잘 붙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화투 가지고 손기술을 보여주잖아요. 저는 이거라도 해야할 것 같더라고요.(웃음) 별거 아니라고 보일 수 있지만 작은 마담이 돈 세는 장면, 중요한거잖아요.”
박효주는 ‘타짜-신의 손’을 통해 섹시함이 묻어나는 역할을 처음해봤다고 털어놨다. ‘추적자’, ‘더 파이브’, ‘완득이’ 등 전작에서도 털털한 매력의 여성을 연기했기에 작은마담을 연기하는 과정이 낯설기도 했지만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낀 즐거운 작업이었다.
“진한 화장을 하고 섹시한 여성을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거죠. 저도 제 모습이 낯설면서 재밌더라고요. 스태프들도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작은마담을 보며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해주더라고요. 그런 말들이 참 반갑더라고요. 또 하나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과정에 있어서 하나의 단추를 여민 것 같았어요.”
박효주는 극중 오정세와 콤비를 이뤄 최승현-신세경의 일행을 위협한다. 많은 작품들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줬던 두 배우의 호흡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박효주는 그렇게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강형철 감독의 연출력으로 치켜세웠다.
“제가 누구랑 세워놔도 잘 융화되는 것 같아요.(웃음) 주위에서 (오정세와) 은근히 잘 어울린다고 하시더라고요. 효율적으로 감독님이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는 빈 공간이 많았어요. 어떤 캐릭터들끼리 어떻게 채워나갈까 하나의 숙제이지만 비워져 있는 채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좋은 배우들과 감독님과 함께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믿고 연기했어요.”
“배우들에게는 이번 작품이 단비같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렇게 재미있게 촬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이런 촬영장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배우들에겐 소중한거죠. 감독님의 힘이 정말 컸죠.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는 분이세요. 말이 안되는 회차이고, 힘든 촬영도 많았는데 여유를 잃지 않고 조절을 정말 잘하시는, 정말 좋은 감독님이세요.”
박효주는 작품을 고를 때 자신의 캐릭터의 비중보다는 말하고자하는 바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껏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의 기억 속에 있을 수 있었으리라.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현실적인 공감이 드는 것이 첫 번째죠. ‘타짜-신의 손’도 오락영화지만 현실적이고 짙은 인간의 욕망이 담겨져 사람 냄새가 물씬 나요. 그런 사람의 향이 나는 작품들을 제가 좋아하는 것 같아요.”
‘타짜-신의 손’을 연기하며 박효주는 선배 유해진을 통해 감동과 부러운 마음을 동시에 가졌다고 고백했다.
“‘타짜1′에서 고광렬이 나오고 ‘타짜-신의 손’에서도 고광렬이 나와 나이를 먹었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이 나오잖아요. 고광렬의 멜로디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선배의 연기가 멋있어요. 연기생활하면서 자신에게 착 들러붙는 역할을 만나는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박효주는 ‘타짜-신의 손’ 홍보활동과 함께 오는 9월 22일 첫방송하는 SBS 새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 촬영에 한창이다. 그는 극중 강인한 리더십과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부용재의 행수 운심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오랜 만에 드라마 현장에 가니 재미있어요. ‘비밀의 문’의 배우들도 화려하잖아요. 좋은 작품을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든든해요. 첫 리딩할 때 느낌이 오는데 ‘비밀의 문’도 느낌이 와요. 기대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박효주는 다시 한 번 많은 캐릭터들의 하모니와 개성을 언급하며 아직 ‘타짜-신의 손’을 보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 관전포인트를 제시했다. 미소를 잃지 않으며 ‘타자-신의 손’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에게서 정말 작품을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타짜’ 시리즈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매번 들어왔어요. 그 때는 매번 ‘그런가보다’했는데 직접 촬영을 해보니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습니다. 매력있는 한국영화 브랜드가 될 것 같아요. 하나같이 멋진 캐릭터가 나올만한 영화가 많지 않다는 걸 작업하면서 느낄 수 있었어요. 저희 작품은 비빔밥같이 잘 버무러진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확실히 느낄 수가 있을겁니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