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신의 손’은 어떻게 ‘추석 3파전’ 승자가 됐나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화끈한 내기 화투판이 추석 극장가를 접수했다. 올해 추석 연휴, 흥행 전쟁의 최종 승자는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이었다. ‘타짜2’는 지난 3일 나란히 개봉한 ‘루시’, ‘두근두근 내 인생’을 가볍게 따돌리며 추석 연휴 내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타짜2’는 추석 연휴(6~10일) 188만6779 명을 불러모으며 누적 관객수 242만7828 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루시’는 107만4265 명(누적 관객수 151만2140 명), ‘두근두근 내 인생’은 97만4488 명(누적 관객수 125만3847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앞서 ‘타짜2’는 9일 하루에만 47만4502명을 동원하며, 개봉 7일 만에 200만 고지에 올라섰다. 이는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중 최단기간 기록이며, 일일 관객수 역시 역대 청불 영화 가운데 최다관객 신기록이다. 심지어 전편 ‘타짜’(8일)를 뛰어넘는 흥행 속도로 눈길을 끈다. 


이같은 흥행 기세라면 이번 주말 안으로 손익분기점 300~33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10월 초까지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다는 점에서, 전편 ‘타짜’의 최종 관객수 684만 명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당초 ‘타짜2’는 세대 교체가 이뤄진 주연급 캐스팅(최승현, 신세경)이 기존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또한 코믹하면서도 따뜻한 드라마에 강점을 보였던 강형철 감독(‘과속스캔들’, ‘써니’)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작품 완성도에도 의문 부호를 남겼던 게 사실이다. 이처럼 ‘타짜2’는 전편의 ‘아우라’가 강점보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하면서 당초 흥행을 점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타짜2’는 이같은 우려를 떨쳐내고 어떻게 흥행 강자로 떠올랐을까. ‘타짜2’는 전작이 주는 묵직한 울림이나 캐릭터의 매력 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형보다 나은 아우’라고 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새로운 타짜 ‘함대길’(최승현 분)의 성장이 돋보이는 흥미로운 오락영화로 탄생했다. 극을 이끄는 최승현 또한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떨쳐낼 만큼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아울러 추석 연휴 극장가를 찾는 관객 특성을 살펴봤을 때, 경쟁작들의 흡인력이 떨어지는 점이 ‘타짜2’의 흥행에 호재로 작용했다. ‘루시’의 경우 최민식의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할리우드 영화라는 점에서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추석 연휴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기 때문에 자막 없이도 편하게 볼 수 있는 한국영화가 강세를 나타낼 수 밖에 없는 것. 실제로 1999년 ‘식스센스’ 이후 추석 박스오피스 1위는 모두 한국영화가 차지했다.

한국영화 중에서도 추석에는 정통 멜로나 드라마보다,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나 오락 영화가 우세했다는 점도 ‘타짜2’의 흥행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가 추석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경우는 2009년 ‘내 사랑 내 곁에’(감독 박진표) 유일했다. 따라서 ‘두근두근 내 인생’의 경우에도 자칫 뻔한 신파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추석 극장가를 공략하는 데는 실패했다. 물론 개봉 직전에 불거진 배우 송혜교의 세금 미납 문제가 흥행에 걸림돌로 작용한 면도 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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