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피해자 영화 ‘귀향’ 본격 시동, “일본서도 후원금이…”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일제 말기 아주까리 열매 따다 바치다가/ 머리에 히노마루 띠 매고/ 정신대 되어 떠났다 (중략) 그러나 해방되어 다 돌아와도/ 만순이 하나 소식 없다/ 백도라지꽃 피는데/ 쓰르라미 우는데’ (고은 作 ‘만순이’)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살아남은 이들은 치욕의 세월이 남긴 상처를 안고 백발의 할머니가 됐다. 그들마저 고령으로 하나 둘 세상을 뜨면서, 조정래(41) 감독의 마음은 급해졌다. 그는 2002년 나눔의 집에서 소리 공연을 할 당시, 언젠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담겠다고 결심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영화 ‘귀향(鬼鄕)’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영화의 제목은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귀향(歸鄕)’이 아닌, ‘귀신이 고향으로 향한다’는 뜻이다. “언젠가 할머니들의 한을 풀고 외지에서 죽어간 소녀들의 넋을 기리겠다”던 조정래 감독의 다짐이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가 집단학살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던 실화가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귀향’이 제작에 시동을 걸 수 있었던 것은, 곳곳에서 전해진 도움의 손길 덕분이다. 시놉시스를 완성한 2008년부터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미국, 일본 등 각지에서 700여 명이 후원금을 보냈다. 9월 초부터 클라우드 펀딩(제작비 모금)도 시작, 목표 금액 1000만 원 중 200여만 원이 모였다. 물론 전체 제작비가 20억 원이라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여기에 배우 손숙이 재능기부 형태로 ‘귀향’의 출연을 결정했다. 손숙은 강일출 할머니를 모델로 한 위안부 피해자 ‘영옥’을 연기한다. 배우 최리가 위안부 소녀들의 혼령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무녀 ‘은경’ 역을 맡았다. 소녀 역의 배우들이 지난 5~6월 오디션을 통해 뽑혔고, 일본인 배역들도 일본 현지 오디션을 통해 결정됐다. 이 밖에도 많은 중견 배우들이 영화의 무게감을 더할 예정이다.

영화는 내년 2월 크랭크인을 목표로 로케이션을 진행 중이다. 첫 공식 행보는 다음 달 6일 국회에서 열리는 제작 발표회가 될 전망이다. (▶영화 ‘귀향’ 유캔펀딩 후원하기 http://gg.gg/2wub6)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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