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세워 대포통장 1만여개 범죄조직에 넘겨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유령회사를 차려 대포통장을 개설한 뒤 도박사이트 등 범죄조직에 판매한 혐의로 총책 A(35) 씨 등 7명을 구속하고 공범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도주한 대포통장 모집책 등 2명은 지명수배했다.

이들은 2012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유령법인 명의 대포통장 1만여개를 인터넷 도박, 보이스 피싱 등 국내외 범죄 조직에 개당 100만원에 판매해 총 1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해 이들 명의로 300여개의 유령 법인을 설립하고, 각 법인 명의로 20∼30여개의 법인 통장을 개설해 현금카드와 OTP(1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등을 발급받았다.

발급받은 대포통장은 판매ㆍ공급총책인 A 씨를 통해 범죄조직에 넘겨졌다.

경찰은 범죄조직들이 이 대포통장들을 조직원의 수익금을 배분해주는 입금계좌로 사용하거나 돈세탁을 위한 차명계좌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서울ㆍ경기, 인천, 부산 등 각 지역별로 조직적으로 통장명의 대여자를 모집했다. 또 대포통장 사용기간을 1∼2개월 단위로 한정해서 판매하고 사용기간이 끝난 통장은 해지하는 방법으로 범죄수익을 극대화했다.

사용등록 지연이나 비밀번호 입력 오류 등으로 인해 대포통장 사용이 불가능해진 경우 비밀번호를 재설정해주는 등 사후관리까지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주범인 A 씨는 이렇게 번 수익금 대부분을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서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통장을 거래하면서 일명 ‘대포폰’을 사용하고, 통장도 오토바이로 직접 건넸으며, 판매대금도 반드시 현금으로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도주한 모집총책을 추적하는 한편, 법인 명의자 및 대포통장을 공급받은 범죄조직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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