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컴백쇼‘에 대한 수많은 제안들을 뒤로 하고, ‘해피투게더’를 선택한 서태지를 위해 ‘해피투게더’ 13년 역사상 최초로 국민 MC 유재석과 국민가수 서태지의 1대 1 토크라는 파격적인 편성을 시도했다. 유재석과 단독 토크 이후에는 박명수, 박미선 등 기존의 패널들과 함께 서태지가 만들어온 음악적 기록들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서태지의 복귀행보를 놓고 말들이 많다. 서태지가 기존 예능물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놓고 20년 신비주의가 깨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서태지는 과거 가수가 아닌 현재형 가수라는 이미지를 좀 더 심어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서태지는 전처인 이지아가 ‘힐링캠프’에서 폐쇄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결혼생활 사정을 이야기한데 대해 반박함으로써 이미지가 더 안좋아졌다. 속이 좁은 남자로 보여졌다. 이지아가 서태지에게 피해를 줄 의도가 조금도 없어 보였지만, 서태지는 이자아의 발언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태지가 좀 더 넓은 아량을 보여주었더라면 더 좋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제 ‘문화대통령’이라는 단어도 서태지가 단호하게 거부했으면 좋겠다. 이 수식어야말로 서태지를 옛날 가수로 가두는 것이다. 서태지는 아직 1990년대 사람 같다. 혼자 저 위에 있지말고 내려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
문화대통령이라는 말은 아직도 자기를 중심으로 해서 세상이 돌아간다는 뜻이다. 유재석은 “나는 중심인물이 아니다”라면서 끊임없이 주변사람들을 챙기면서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 됐다.
서태지는 스스로, 아니면 주변의 마케팅하는 사람들이 서태지를 고립시켰다. 서태지를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도 그렇다. 하지만 이제 이런 시선을 대중이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1대 1토크쇼 출연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 게스트에 대한 배려이지, 시청자에 대한 배려는 아닐 수도 있다. 물론 5년만에 컴백하면서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하는 서태지에게 들을만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바다. 하지만 1대 1 토크쇼는 게스트가 하고싶은 이야기만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1대 1 토크쇼는 시청자가 듣고싶은 이야기,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이야기에 반응하기 힘든 포맷이다.
신비주의는 스타가 숨어버려도 대중과 언론이 그 스타를 찾으려고 궁금해야 형성되는 시장이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서태지나 배용준한테 어울리는 소통방식이었다. 하지만 서태지가 숨어버리면 대중들이 점점 서태지에 대해 무관심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신비주의는 폐기해야할 덕목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언론과 방송은 서태지의 신비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서태지의 신비주의가 먹히는 부분이 도 있다.
서태지의 음악적 성취는 새로운 창의성이라기보다는 갱스터랩, 하드코어록, 얼터너티브록, 메탈, 힙합 등 마이너 장르의 곡으로 메인스트림을 변화시키는 업적을 일궈왔다. 서태지에게 ‘장르수입상‘이라는 칭호가 붙은 이유도 마이너한 그 장르의 음악들이 새로운 게 아니라 서양에 있던 음악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업적이 결코 과소평가돼서는 안된다.
서태지는 이번 앨범에서 그동안 늘 시도해 온 ‘혁신’이라는 코드는 유지하되, 감성이 더해진 대중친화적인 곡을 선보인다고 소속사인 서태지컴퍼니가 밝혔다.
그렇다면 서태지는 어떤 형태로건 대중과 소통을 늘려나가는 게 좋다. 열혈 팬들과만 소통하지 말고 일반 대중과도 소통하는 일상인이 되라는 것이다.
서태지의 신비주의는 멀리서 반짝반짝 빛나는 톱스타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지금의 신비주의는 90년대 가수로 머물게 하는 데 일조할 뿐이다. 아직 익숙하지는 않겠지만, 고립무원에서 약간 내려오지 말고 확실히 내려와 사람들과 소통하면 현재의 가수로 느껴지게 할 수 있다.
방송국에서 특별 배려를 해주어도 거절하면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1대 1 토크쇼가 서태지의 요구사항인 것처럼 보인다. 너무 별나게 굴면, 사람들이 붙지 않는다. 이 평범한 말이 이제 서태지라는 뮤지션에게도 적용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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