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헨은 지난 1956년 시인으로 데뷔한 이래 6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뮤지션, 소설가 등 다방면에 걸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정규 12집 ‘올드 아이디어스(Old Ideas)’ 이후 비교적 빠른 2년 만에 신보를 발표한 코엔은 이번 앨범의 전곡을 신곡으로 채우는 열정을 보여줬다. 과거의 히트곡 모음에 신곡을 덤으로 한 두곡 끼워 넣고 새 앨범이라고 내놓는 중견가수들이 비일비재한 한국 대중음악 시장과 비교해 코헨의 행보는 매우 신선하다. 미국의 음악 전문 매체 페이스트 매거진(Paste Magazine)은 이번 앨범에 평점 9.5(10점 만점)를 줬고,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코헨의 그 어떤 앨범보다 강력하다”고 호평했다.
소니뮤직을 통해 인터뷰를 가진 코헨은 “대부분의 곡 작업은 자택 뒷마당 차고를 작은 스튜디오로 만든 공간에서 진행됐다”며 “오랫동안 함께 작업한 에드 샌더스(Ed Sanders)의 스튜디오와 앨범의 프로듀서인 패트릭 레너드(Patrick Leonard)의 작업실도 오가며 앨범을 녹음했다”고 전했다.
이번 앨범에는 느림을 추구하는 삶의 즐거움을 표현한 ‘슬로(Slow)’를 비롯해 지난 2010년 라이브에서 먼저 선보였던 ‘본 인 체인스(Born In Chains)’, 라이브 사운드 체크에서 코헨이 간간이 불렀던 ‘마이 오 마이(My Oh My)’, 사회의 어두운 모습에 대한 노년의 진지한 성찰을 노래한 ‘얼모스트 라이크 더 블루스(Almost Like The Blues)’, 상황에 맞지 않아도 노래해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은유한 ‘유 가 미 싱잉(You God Me Singing)’ 등 9곡이 실려 있다. 노년 아티스트의 묵직하고 차분한 소리를 강조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앨범은 재즈, 블루스, 컨트리, 포크,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훨씬 젊어진 멜로디와 사운드로 채워져 있다.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프로듀서 패트릭 레너드다. 전작의 수록곡 절반을 코헨과 공동 작곡했던 그는 이번 앨범에도 7곡을 코헨과 공동 작곡했다.
코헨은 레너드에 대해 “엘튼 존(Elton John), 마돈나(Madonna) 등 수많은 팝스타와 함께 작업한 프로듀서로 그 누구보다 훌륭한 음악정신을 지니고 있으며 천재적이면서도 자기도취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라며 “자신만의 자존심을 세우지도 않는 동시에 엄청난 양의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지녔다”고 극찬했다.
코헨은 시인답게 ‘아임 유어 맨(I’m Your Man)’ ‘할렐루야(Hallelujah)’ ‘낸시(Nancy)’ 등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평가를 받는 가사를 담은 곡들을 히트시켰다. 가사의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코헨은 지난 2011년 스페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스투리아스 왕세자상(Premios Príncipe de Asturias)’ 문학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캐나다의 한 베테랑 언론인은 지난 2005년 코헨이 노벨 문학상을 받게 하자는 캠페인을 벌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코헨은 가사를 쓰는 과정에 대해 “우선 리듬을 먼저 마음속에 생각하고 위치를 정한다”며 “이런 과정을 곡을 완성하는 모든 과정을 매우 느리고 더디게 만들지만, 애초에 알맞은 세팅이 돼 있지 않으면 가사가 나오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오랜 세월 활동해 온 뮤지션이 과거 젊은 시절 자신의 노래를 노년에 부르는 모습은 낯설고도 신선하다. 과거의 노래를 현재 무대에서 부를 때 기분에 대해 코헨은 “오래된 곡이건 신곡이건 간에 그 곡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것은 언제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에 대해 어려움을 겪진 않는다”며 “공연이나 노래에 대한 도전은 그것의 새로운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매일 똑같은 삶을 반복적으로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매 순간 저항하고 괴로워 하고 있으므로 그 속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며 “노래도 역시 똑같기 때문에 곡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헨은 오랜 세월 동안 활동하며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준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다. 요즘 듣는 음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모차르트라고 너스레를 떨은 그는 “밥 딜런(Bob Dylon), 밴 모리슨(Van Morrison), 톰 웨이츠(Tom Waits) 등 함께 자란 모든 사람들의 음악을 듣는다”며 “자식들이 모두 자라서 내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기 때문에 현 세대의 음악에도 익숙하지만, 정확히 어떤 가수의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다”고 웃어보였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