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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주류 은행과 한인은행이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대형 은행들이 너도 나도 지점을 축소하는데 반해 한인 은행들은 지점 늘리기에 한창이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야금야금 늘린 지점만도 10개나 된다.
대형 은행들은 지난 2009년 이후 점차 지점을 줄이기 시작, 지난해 말 현재 미국내 은행지점 수는 9만 6400여개로 2006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모바일 뱅킹과 인터넷 뱅킹 서비스 강화에 따른 영향이기도 하지만 경비 절감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남가주를 본거지로 삼고 있는 한인은행들이 미 전역에 운영중인 지점은 189개로 집계된다. BBCN과 한미(UCB 포함)가 각각 50개 지점으로 가장 많고, 윌셔(36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우리아메리카(16개)와 신한뱅크 아메리카(14개), 태평양은행(9개), 오픈뱅크(6개), CBB(4개), 유니티(3개) 등의 순서다. 3분기에만 오픈뱅크 CBB 윌셔 등이 잇따라 새 지점을 열었다.
은행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소형은행이라도 지점 한곳을 오픈하는 데 적어도 100만달러는 소요된다. 은행 지점 한 곳당 유지비용도 적어도 연간 30만달러는 필요하다. 이같은 비용을 상쇄하고 수익을 내려면 지점의 고객 개인계좌당 평균 밸런스가 1만달러는 돼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셈법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은행에서 창구직원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데 들어가는 평균 비용은 3.88달러. 그런데 은행을 직접 찾아 업무를 처리하는 고객의 비율은 단 14%라는 분석이다. 온라인 뱅킹(58%)의 1/3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인은행들은 왜 지점을 늘리고 있는 것일까?
LA에 본점을 둔 한인은행의 한 임원은 “한인은행은 아직 몸집이 작다. 주류 은행들이야 워낙 지점이 많아 일부를 폐쇄해도 큰 지장이 없지만 한인들의 경우 타 인종에 비해 지점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고 직접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지점이 너무 적은 은행을 무시하는 경향도 많다. 어느 선까지 예금 및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역에 지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인은행의 지점 확대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특히 한인은행권 내부에서 그같은 부정적인 관점이 더 많아 주목된다. 한인은행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지점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한인은행의 성격이 비즈니스 대출에 중점을 두는 커머셜 뱅킹이라는 데 근거하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같은 주류사회의 대형은행은 예금과 기타 거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소비자금융(리테일뱅킹)이다. 지점은 오히려 리테일 뱅킹쪽에 필요한데도 주류쪽 대형 리테일 뱅크들은 지점을 폐쇄하는 추세이고, 커머셜 뱅킹에 주력하는 한인은행들이 오히려 지점을 늘리고 있는 현실은 아이러니다.
지점 개설의 목적은 대체로 자금확보와 고객과의 네트워킹 편의성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소비자금융이 아니라 비즈니스 구좌가 많은 커머셜 뱅킹의 한인은행들로서는 고객 편의성에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아도 된다. 지점의 자금확보 기능도 크게 줄어들었다. 한인은행의 또 다른 간부는 “은행에 돈을 벌어주는 손님을 창구에 잘 오지도 않는다”라며 “커뮤니티 뱅크인 한인은행들이 지점을 늘리는 것은 순전히 과시적인 측면이 강하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토랜스에 지점을 오픈한 CBB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창립 때부터 비즈니스 뱅크로 깃발을 내걸었던 CBB는 설립 10년이 다 돼서야 소비자금융하는 곳처럼 다른 한인은행들이 요지를 섭렵한 곳에 뒤늦게 지점을 열었다. CBB의 CD이자율은 경쟁은행들보다 높은 1.2%다. 굳이 지점을 열지 않아도 예금계좌 개설하려고 제발로 찾아올 판국이다.그런데도 토랜스에 이어 다른 지역에도 지점을 더 열겠다고 공언하는 건 별다른 수익사업이나 상품개발 아이디어가 없는 경영능력 부재를 지점망 과시를 통해 포장하려는 거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많다.
지점 오픈하는 비용을 인재 확보나 직원 교육, 온라인 뱅킹 분야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