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득한 라이브…직장인 애환은 노래속으로

재즈·인기팝등 다양한 레퍼토리 구성
직장인 사연 듣고 즉흥적으로 연주도
관객은 다른사람과 공감하며서 감상
노래를 듣다보면 삶의 노곤함이 ‘훌훌’

“난 앞을 향해 1 2 3/리듬에 맞춰 1 2 3/한 걸음마다 웃음이/이건 나의 이야기/…/내가 믿은 선택이/항상 옳지 않다고 해도/절대 날 미워하지 않으리 내가 믿어야 할 것은/my eyes not their eye”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악인상과 최우수 팝 음반상 등 2관왕을 차지한 선우정아의 2집 앨범 ‘It‘s okay, Dear’중 ‘주인공의 노래’다. 지치고 스스로가 못나 보일 때 용기를 얻을 만한 노래다. 그렇다고 노래가 밝고 에너지 넘치는 건 아니다. 소리를 밀었다 끌어당기며 마찰을 일으키는 선우정아의 독특한 보컬은 신나기 보다 겨우 무겁게 한걸음 내딛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위로와 희망을 내세워 경쾌하게 만들어진 여타 노래들보다 선우정아의 노래는 더 정직한 편이다. 고달픈 현실은 그렇게 쉽게 마음을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직장인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고 여긴 대학생들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부루다콘서트가 함께 주최한 공모전 ‘마이 리얼 콘서트(MY REAL CONCERT)’에서 22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일꾼들의 회동‘팀이다. 직장 생활에 지쳐 힘들어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이들은 직장인들을 위한 선우정아의 콘서트를 기획했다. 10월31일 오후 8시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꾸미는 ’일꾼들의 회동 with선우정아‘가 바로 그 화제작이다.

지난 23일 서교동 매직스트로베리 사무실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선우정아는 “직장인들을 위한 콘서트지만 개념을 넓혀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는 일꾼들의 콘서트로 바꿨다”며, “저의 노래를 통해 고단함이 씻기고 밝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특정 음악팬들로 구성된 관객이 아닌 만큼 레파토리도 다양하게 구성했다. 재즈 스탠다드와 인기 팝, 지난해 정규 2집의 수록곡을 중심으로 꾸민다. ”재즈 스탠다드곡 중에 ’모닝(Mourning)’이란 노래를 보면 우리 노동요처럼 선창과 후창이 있어요, 제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할 때 마지막에 이 노래를 부르면 하루의 고단함이 씻기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

사실 선우정아는 투애니원의 ‘아파’와 지디앤탑의 히트곡 ‘Oh Yeah’의 작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이돌의 댄스곡과 소울틱한 자신의 음악 사이에서 그는 전혀 어색함이 없다. 그 사이를 메우는 법을 선우정아는 관계속에서 알아가고 있다.

그가 즐겨부르는 익숙한 팝, ‘유아 소우 뷰티퓰(you’re so beautiful)‘도 앨범에 실린 귀여움과는 다른 편집으로 강렬하고 뜨겁게 선보일 예정이다.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대와 관심을 불러모으는 무대는 직장인들의 사연을 듣고 즉흥적으로 노래를 선사하는 것.

“재미삼아서 아이디어를 툭 던졌더니 다들 좋다고 덥석 물더라고요. 사실 친구들과 일 끝나고 술 한잔 하면서 삶의 노곤함을 얘기를 하면서 풀고 싶을 때 있잖아요, 그러다가 욕하기도 하고 필(feel)이 꽂히면 술취한 상태로 연주하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의 사연을 즉흥적으로 연주하다보면 굉장히 후련해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직장인들도 그런 기분을 느꼈으면 해서 꾸며보자고 한 무대인데 그런 게 맨 정신으로 어디까지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은 앨범 ’It‘s okay, Dear’ 은 그가 하고 싶은 음악에서 한 걸음 나와 대중과 소통하려한 노력의 결과다.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 어려워졌을 음반인데, 그는 “음악적 이기심을 털면서 작업했다. 팬이 하루 한명씩 느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사실 보컬의 입장에선 만족스런 음반은 아니다. 당시 음반 준비만 몇년째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심적 부담이 컸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고스란히 앨범에 담겼다.그래도 그런 상황을 덤덤히 이겨낸 결과물이어서 더 뿌듯하다.

선우정아의 노래는 발라드적이지만 메시지가 날카롭다. ‘뱁새’의 경우, “나도 좀 날아보자/ 나도 새다 같이 좀 날아가자/넌 너무 빨라/나도 쟤처럼 넓은 둥지에 태어났으면~”등은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심지어 정치적으로 읽히기도 한다.

“정치적인 색깔은 없어요, 관심도 없고요. 그런데 일부에서 운동 메시지로 들어서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도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 느꼈지만 제 노래는 좀 달라요. ‘이런 생각은 어때?’‘이런 시각은? 어때 웃기지 풋‘ 이런 정서에요.”

그는 자신의 음악을 오히려 “유약한 음악 나부랭이”라고 표현했다, 주장이나 결론은 없다. 다만 그가 표현할 수 있는 건 호기심, 궁금, 의구심이다. ‘저쪽 세상은 왜 그러지’, ‘우리가 안다는 건 뭐지’, ‘제대로 알고는 있는 걸까’에 대한 그 스스로의 음악적 표현인 셈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그는 다양한 삶들을 만난다.

”타인의 삶,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인터넷에 많은 고민들이 올라오잖아요. 막장 드라마 같은 얘기도 공감이 가더라고요. 그럴 때 정말 세상에는 많은 존재가 있구나, 얘기할 수 없는 얘기들이 구구절절 많은데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그럴 때 뭉클하죠.“

앨범 수록곡 중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 ’비온다‘에는 그런 느낌이 들어있다.“‘비온다’는 8마디 후렴구만 완성된 상태로오래 묵은 곡이었어요. 축처진 어깨들, 삶의 무게를 어떻게 담아내야 하나 펜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모두 다른 얘기들’이란 단어로 정리했을 때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뮤지션으로서의 희열을 느꼈어요.”

얼마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선우정아는 이 노래를 기타 반주로 불렀다. 아이들은 놀랍게도 그가 작곡한 2NE1과 GD& TOP의 곡을 들려줄 때보다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남녀노소 다 좋아하고 시대를 타지 않는 노래여서 이걸 5년, 10년 단위로 그 당시 버전으로 내면 어떨까 하는 목표가 생겼어요.”

그가 이번 콘서트를 통해 나누고자 하는 건 공감이다. “세상에 이런 일, 저런 일 다 있다. 서로 공감하고 털털하게 털어내는 느낌이죠. 격하게 때려부술 듯 몰아가다 차분하게 온탕으로 풀어주는 방식이에요. 라이브클럽에 가면 다른 사람들이 즐기는 것만 봐도 에너지를 느낄 수 있거든요, 공간에 같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다르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런 좋은 에너지를 얻어가셨으면 해요.”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사진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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