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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수일전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이사회와 일부 주주간의 물밑 세싸움이 일어났던 태평양은행이 또 다른 암초에 부딪혔다.
23일 주주총회 이후 열린 이사회를 통해 신임 이사로 영입했던 김성철 CPA가 이사로 선임된 지 불과 하루 만인 24일에 사망한 탓이다.
김성철 CPA의 사망 소식에 태평양 이사회와 은행측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사 임명을 둘러싸고 일부 주주와의 물밑 세다툼이 한창인 가운데 은행측이 지난 9월 사외이사 보강차원에서 이사 후보로 영입했던 김성철CPA가 주주총회에서 프락시 표결을 통해 이사로 선임되지 못하고 주총 이후 열린 전체 이사회에서 추가로 이사 영입된 바 있기 때문이다.
김성철 CPA가 사망하면서 태평양은행 이사회와 경영진들은 사태 수습에 골머리를 앓게 됐다. 윌리엄 박 PMC회장 등 일부 외부 주주들과의 불협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기 때문이다.
주총이 열렸던 23일 분위기로 보아서는 은행 경영진과 이사회 임원들은 김성철 CPA의 건강상태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듯하다. 이사회 측은 당시 김성철 CPA가 폐에 문제가 있지만 통원 치료중으로 분기에 1회씩 열리는 지주회사 이사회 참석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인사회에서는 김성철CPA가 폐암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고 있었던터라 은행측이 이사 후보로 영입한 사람의 상태를 너무 가볍게 처리했다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평양 은행과 이사회 관계자들은 “병세가 이토록 위중한지는 몰랐다”며 “알았다면 다른 조치를 취하는게 당연하지 않았겠느냐”고 말을 잇지 못했다.
태평양은행과 이사회 관계자들은 일단 27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도출할 계획이다. 새 이사 영입을 포함한 모든 대안이 이날 논의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태평양은행의 윤석원 이사장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단 27일경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자”며 말을 아꼈다.
한인은행 초유의 사태를 놓고 한인 금융권 관계자들은 “알고 한 행동이 아니겠지만 이사회 영입 대상자의 건강상태를 사망직전까지 몰랐다는 건 은행 경영진의 큰 문제”라며 “고령인 이사 후보의 건강 문제를 챙기지 못했다는 면에서 책임 소재가 많다. 특히 태평양은행 내부에 세 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태가 현 이사진 쪽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4일 73세를 일기로 별세한 김성철 CPA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으로 1965년 도미 캘폴리 포모나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1972년 제이 데이비스(Jay G. Davis)와 함께 CPA 사무실을 개업한 후 72년 Kim&Lee로 이름을 바꾸고 활발하게 비즈니스를 해오며 한인 회계법인 시대를 연 산증인으로 불린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