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는 지난달 23일 개봉한 ‘우리는 형제입니다’를 시작으로, 오는 6일과 13일 각각 ‘현기증’과 ‘카트’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평균 열흘 정도의 간격으로 출연작 3편이 잇따라 개봉하는 셈이다. 그것도 대부분 주연이거나 주연급이다.
가족을 소재로 하지만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두 편의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와 ‘현기증’에서 김영애는 모두 어머니 역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치매 걸린 어머니 역이다. 전자에선 유쾌한 연기를 선보인다면 후자에선 불안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역이다. 촬영은 ‘현기증’이 먼저였다. 김영애는 “‘현기증’ 촬영 이후 한 달 넘게 우울증 때문에 고생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차기작으로 코미디 영화인 ‘우리는 형제입니다’를 선택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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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늦게 개봉하는 ‘카트’에서 김영애는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고 파업에 뛰어드는 비정규직 마트 청소원을 연기했다. 극중김영애는 화장기 없는 초췌한 얼굴에 청소부 유니폼을 입은 소탈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김영애는 “주름이 더 보일까 고민하지 않아서 좋았다. 망가질 수 있어서 오히려 행복했다”며 베테랑 연기자다운 소감을 전했다.
특히 김영애의 출연작 세 편을 연이어 본다면 40여 년 연기 내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치매에 걸린 가운데서도 모성애 넘치는 모습으로 관객의 눈물을 뺐다가(‘우리는 형제입니다’), 정반대로 신경질적이고 피로한 얼굴을 보이기도 한다.(‘현기증’) 또 인정 넘치면서도 불의 앞에선 강단있는 우리네 어머니이자 여성 노동자의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한다(‘카트’). 과거 드라마 ‘로열 패밀리’에서 냉철한 그룹 회장으로 분했던 모습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김영애는 1971년 MBC 탤런트 3기로 연기 생활을 시작해, 73년 정진우 감독의 ‘섬개구리 만세’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영화 ‘애자’, ‘내가 살인범이다’, ‘변호인’, 드라마 ‘로열 패밀리’, ‘해를 품은 달’, ‘메디컬 탑팀’ 등에 출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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