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대중문화비평> 차순봉씨, 마지막 회초리 든 까닭은?

주말극 ‘가족끼리 왜이래’ 불효소송 화제

한평생 자식 위해 살아온 우리네 아버지
일방적 희생 바라는 자식들에 경종

황당해하는 자식들에 “나도 사람”외치며
깨우침 주려는 눈물겨운 父情 공감

우리는 드라마에서 이런 모습을 꽤 자주 봤다. 분가한 형제들이 명절이나 제사날 부모 집에 함께 모여 동상이몽을 하는 장면이다. 형제들은 서로 부모 재산을 어떻게 나눠가질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차라리 가진 게 없는 부모는 자식이 다툴게 없어 좋겠다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이런 드라마 이야기가 신문 사회면에 자주 등장했다. 처음에는 재산이 많은 재벌가 형제들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평범한 가정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뉴스가 돼버린 것이다. 형제들끼리 재산다툼으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뉴스는 이제 별로 새로울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드라마가 판타지만을 제공한다면 가당치 않다. 그런데도 가족드라마들은 대체적으로 신파적이다. 아들과 딸들이 불효를 해도, 부모의 희생으로 가족구조는 공고하게되는 것으로 끝난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생겼다. KBS2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는 가족이란 오로지 사랑으로만 맺어진 관계이긴 하지만 일방적이고 한쪽만 헌신적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중반에 접어든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는 적어도 신파는 아니다. 초로의 아버지 유동근(차순봉 역)이 이런 이기적인 자식 삼 남매들에게 불효청구소송을 제기했으니. 아내 없이 평생 자식들만을 보고 살아온 아버지이기에 자식들이 받는 충격은 더욱 크다.

드라마는 이 점을 노렸다. 이쯤에서 자식과 부모간의 관계, 장성한 자식들끼리의 관계를 한번쯤 정리해야 될 필요성이 생겼다. 자식과 부모간에 소송을 한다는 건 ‘막장적’이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부양의무와 관련해 부모가 자식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 가끔 화제가 된 경우는 있었지만, 이 드라마에서처럼 이기적인 자식들에 대한 불효소송은 매우 생소하다.

‘가족끼리 왜 이래’는 소송의 결과를 보는 드라마가 아님은 누구나 안다. 아버지가 자식과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로 만나고, 누가 승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유동근이 이 처럼 말도 안되는 소송, 변호사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하는 불효소송을 감행하는 이유를 보는 게 이 드라마의 본질이다. 

이기적인 자식들의 정신상태를 개조하려는 드라마다. 유동근은 자식의 잘못이자, 소송을 하는 이유를 “자식들이 뭘 잘못했는지, 뭘 잘못하면서 살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게 잘못이다”고 밝혔다.

그러니 소송과정에서 자식들이 스스로 뭘 잊고 살았는지를 자각하게 만들어주면 된다. 그러고 보면 불효소송이 말도 안되는 소송은 아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항상 ‘을’이다. 자식들은 뭐가 그리 당당한지, 갈수록 부모를 어려워하지 않고 만만하게 대한다. 

아버지는 다 큰 자식에게 밥을 먹어 달라고 간청한다. 자식들은 밥 먹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요구를 귀찮아한다. 부모가 자식을 따라다니면서 밥 먹기를 바라는 것을 자식들은 당연시하고 있다.

어느날 아버지는 밥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은 자식들에게 각자 매달 생활비 30만원을 내놓지 않으면 밥을 안주겠다고 선언한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생겼다. KBS2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는 가족이란 오로지 사랑으로만 맺어진 관계이긴 하지만 일방적이고 한쪽만 헌신적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자식들은 이런 아버지의 막장적(?) 모습이 많이 낯설었을 것이다.

스무 살 이후에 들어간 모든 비용에 대해 아버지에게 반환하라는 소장 내용을 확인한 강심(김현주)과 강재(윤박), 달봉(박형식) 삼 남매는 크게 당황했다. 삼 남매는 이제 월급이 가압류 당하게 되면서 어안이 벙벙하다.

박형식은 이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한 “가족끼리 왜 이래”를 외쳤다. 

이 말은 자식들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가족끼리 왜 이래”라고 말하는 것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아버지의 불효소송 청구로 상황은 역전됐다. 밥먹어달라고 따라다니던 아버지가 아니라, 자식들이 아버지에게 밥을 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과거 걸핏하면 아버지에게 나중에 얘기하자며 문닫고 들어갔던 삼 남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강심이 문까지 걸어 잠근 아버지에게 소송을 건 이유를 묻기 위해 대화하자고 요청했다. 아버지는 차강심에게 “나도 상처받으면 아퍼. 외면당하면 외롭구 슬퍼”라며 자식들의 태도에 상처받고 서러웠던 심정을 토해냈다.

이런 과정의 모습들은 자식들에게 깨우침을 주려는 눈물겨운 부정이 있기에 공감하면서 볼 수 있다. “제 인생 마지막 회초립니다”라고 말하는 아버지 유동근, 파이팅입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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