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지난해 대한민국 신인상이란 신인상을 모두 수상하며 독보적인 활약상을 보인 밴드 로큰롤라디오의 굵직한 이력이다. 이 모든 게 정규앨범은 커녕 디지털 싱글 앨범 한 장 없이 이뤄낸 성과였다. 이들의 첫 정규앨범 ‘셧업 앤 댄스(Shut Up And Dance)’는 지난해 말이나 돼서 나왔다. 귀에 거슬림 없이 죽죽 파고드는 사운드와 각 악기의 충분한 존재감과 조화, 풍성함, 텍스처가 살아있는 보컬 등 좋은 밴드가 갖기 마련인 요소들로 이들은 각종 음악상에서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서도 틈이 없는 매끄러움과 리듬감은 이들의 가장 큰 미덕으로 꼽을 만하다.
로큰롤라디오는 데뷔 4년째인 올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10월14일부터 18일까지 LA와 샌프란시스코에서 펼쳐진 문화축제 ‘컬쳐 콜라이드(Culture Collide)’에서 ‘LA 위클리’가 뽑은 톱 5 밴드에 들며 주목을 받았다. 이 매체는 세계 20여개국의 핫한 밴드 60여팀 중 ‘꼭 봐야 할 공연’으로 로큰롤라디오를 꼽고, 미국인들이 알고 있는 K팝에 훨씬 앞서 있는 음악으로 이들의 음악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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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다양함을 해외에 알리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 이렇다할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경쟁력있는 밴드의 해외 진출과 유통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다. |
신인답지 않은 로큰롤라디오의 사운드의 비밀은 사실 이들의 만만치 않은 구력에 있다. 멥버( 이민우(베이스ㆍ31), 김진규(기타ㆍ31), 김내현(보컬ㆍ29), 최민규 (드럼ㆍ31))중 김내현을 제외하고 셋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고교때부터 ‘김진규 밴드’란 스쿨밴드를 만들어 함께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윤도현 밴드의 테크니션으로 셋은 다시 모였다. 수년간 YB밴드의 소리 시뮬레이션 역할을 하며 서로의 소리에 익숙해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 YB밴드를 닮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김진규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어느 시기 이후에는 우리 색깔을 찾게 됐다.”고 했다.

이들이 선배 밴드의 앞에서 무대를 조율하면서 배운 건 따로 있다, 김진규는 “선배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음악적인 부분보다 음악하는 태도를 많이 배웠다. 사운드를 어떻게 잡고 연출, 음향 등 무대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김내현은 “윤도현 밴드에게서 배울 점으로 연습량”을 들었다. YB밴드는 명성에 걸맞는 실력에도 평소에 끊임없이 연습하는 밴드로 유명하다. 그런 밴드와 함께 생활하다보니 이들도 저절로 상시 연습이 몸에 뱄다. 시간만 나면 악기를 잡는다. 기본이 탄탄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에 10대 후반부터 20대를 거쳐 십수년을 함께 뒹굴다보니 소리의 합이 저절로 이뤄질 만하다.
“밴드의 힘은 연습의 차이에 있어요. 공연의 감동은 개개인의 스킬에서도 오고 합에서도 오는데 연습이 충분해야 이런게 가능해요.”(이민우)

이들은 2011년 데뷔 이후 홍대 클럽무대란 곳은 모두 뛰었다. 2012년에는 100회 공연을 끊었다. 공연은 입소문이 났다. 앨범 한장 없어도 SNS엔 공연소식과 영상이 넘쳐났다. 이윽고 2013년 이들은 화려하게 날았다. 각종 페스티벌측에서 입도선매에 나선 것. “페스티벌 측이 일단 초청해놓고 보니 앨범 한장 없는 밴드였어요, 난감해 하더라고요. 바로 낼 거라고 본의 아닌 거짓말을 하게 됐죠.”(김진규)
2013년 10월, 로큰롤라디오는 마침내 첫 정규 앨범 ‘셧 업 앤 댄스‘를 내고 ‘유령 밴드’의 너울을 시원하게 벗어던졌다. 나무랄 데없는 매끈한 사운드로 효평을 받았다. 러브콜은 해외로 이어졌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은 것. 이어 지난 10월, 뉴욕, 샌프란시스코, LA공연을 통해 멤버들은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홍대클럽의 답답한 정체감이 한방에 뚫리는 느낌과 함께 시야가 넓어졌다고 이들은 얘기한다.
김진규는 “한국어로 노래를 불렀는데도 반응이 뜨거웠다”며, “음악적인 배경에 신경쓰지 않고 음악자체를 즐기고 집중하며 반응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최민규는 “미국에서 공연한다고 했을 때 두려움이 없지 않았는데, 관객들이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게 사라졌”며, “내 스스로 벽을 깨고 나온 느낌이다”고 말했다.
김내현은 “어렸을 때부터 외국음악을 들으면서 지냈는데 우리 음악도 저들에게는 좋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각 국의 핫한 밴드들을 보면서 최신 트렌드를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자극이 됐다. 빈티지한 70,80년대 사운드가 대세이긴 하지만 여기서 벗어나 디지털스러움을 다시 찾는 분위기가 감지됐다는게 이들의 총평이다.
로큰롤라디오는 올해 해외에서의 가능성 타진에 이어 내년에는 더 적극적으로 미국, 유럽 각지의 문을 두드릴 참이다. 내년 영국 리버풀 사운드 시티와 프랑스 견본시인 미뎀을 거쳐 가능하면 스페인, 파리 페스티벌까지 진출할 생각이다. 이런 쇼케이스를 통해서 내년에는 콘서트 등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활동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투어전 싱글 ‘붉은 입술’을 발매하며 두 번째 시즌의 막을 올린 로큰롤라디오는 다른 컬러의 다양한 싱글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이는 세계 무대를 향한 실험이다. 세계 무대로의 도약을 꿈꾸는 로큰롤라디오의 2014년 마지막 무대는 12월28일 예스24무브홀에서 꾸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