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라는 개념 자체가 신비화된 것 같다. 창조사회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창조적이어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정작 그 방법론은 얘기하지 않는다.”
김 소장은 마치 창의력이 스티브 잡스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일하면서도 얼마든지 창의적일 수 있다는 것.
“지금까지 창의력의 원천은 재미에 있다고 얘기했지만, 이번에는 창조적인 방법론은 편집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창조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것도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들을 구성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한 것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 즉 에디톨로지(편집학)라는 것이다.
김 소장은 “통섭, 융합, 크로스오버 등 에디톨로지와 유사한 개념이 있지만,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내가 이야기하는 에디톨로지는 인간의 구체적이며 주체적인 편집 행위에 관한 설명이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21세기 가장 창조적인 인물로 손꼽히는 스티브 잡스의 탁월한 능력도 알고보면 ‘편집 능력’이라고 했다. 누구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세상에서는 양질의 정보를 선별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낼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바로 ‘지식 편집’이란다. 그러니까 에디톨로지는 편집을 통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방법론이다.
천재는 생각이 수시로 날아다니는데, 보통사람도 컴퓨터의 마우스를 통해 방금 전의 맥락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날아다닐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천재는 태어나지 않는다. 편집될 뿐이다”고.
김 소장은 “MBC ‘무한도전’의 오랜 인기도 설명과 그림으로 다양한 시각 효과를 제공하는 자막의 힘에 있다”면서 “영상의 편집과 맞물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에 자막을 넣는 것은 PD의 책임이다. PD나 영화감독은 이 시대 최고의 편집자다. 뛰어난 에디톨로지적 능력을 발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김태호 PD가 만드는 자막은 질적으로 다른 차원이다. 그래서 인기가 있는 거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근법을 중심으로 공간 편집과 인간 의식의 상관관계로 관점의 변화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는지도 설명한다. 김 소장은 “문화 전반에 걸쳐 편집의 특징을 드러내고, 편집이 일상생활에 어떻게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줘 창조를 자연스럽게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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