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덜 아물었지만…이제 그들은 희망을 노래한다

세월호 등 유난히 아팠던 한 해
양희은·박효신 등 중견가수들
잇달아 위로·희망 담은 곡 발표

한영애 ‘안부’ 김범수 ‘집밥’
팍팍한 현실 견뎌내는 이들에게
용기 북돋우는 응원의 메시지

양희은 한영애 김범수 박효신 등 가요계 중진, 중견가수들이 그 어느 해보다 아팠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따뜻한 위로와 밝고 건강함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곡을 잇달아 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집단 우울증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들었던 2014년, 또 점점 팍팍해져가는 현실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인 셈이다. 

8년만에 정규앨범‘ 2014 양희은’ 낸 양희은.

데뷔 44년차 포크계 터줏대감 양희은(62)은 8년만에 내놓은 정규앨범 ‘2014 양희은’ 의 수록곡 ‘나영이네 냉장고’로 허기진 이들의 마음을 꼭꼭 채워준다.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냉장고를 열어서 보네/눌은밥에 도라지무침/멸치볶음을 먹었으면/하지만 내 집 냉장고는 가난해/허전해서 외로워 보이네/아침밥에 로망이 내겐 있어”( ‘나영이네 냉장고’ 중)

이 노래는 “집에서 나와 낯선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허기진 마음으로 애쓰는 모든 이에게 이 노래를 드린다”는 양희은의 엄마마음을 담고 있다. ‘나영이네 냉장고’는 스윙 재즈 리듬을 기반으로 한 양희은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여기에 양희은은 ‘나영이네 냉장고’의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 장미여관의 육중완 등과 함께 유쾌하고 따뜻한 뮤직비디오를 완성, 원기소 역할을 톡톡이 했다.

이번 앨범의 유일한 리메이크곡인 ‘김치 깍두기’도 흥겨운 리듬에 구수한 된장찌개내가 얹혀 식욕이 당기게 하는 노래다. 양희은의 말대로 “지구별 어디서라도 김치 깍두기가 있으면 정신도 차리고 기운도 낼 수” 있을 것 같다. 

무려 15년만에 정규 6집‘ 샤키포’로 돌아온 한영애.

무려 15년만에 낸 정규 6집 앨범 ‘샤키포’로 돌아오는 한영애는 이번 앨범에서 위로의 메시지를 넘어 아예 이루고 싶은 일이 이뤄지는 기적의 주문을 만들었다. 일명 ‘샤키포’. 한영애는 지난 18일 고덕동 강동아트센터에서 가진 쇼케이스겸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세상을 깨우는 주문, 기적을 일으키는 주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아이디어는 그의 사무실에 놓여있는 단발머리 캐릭터 인형 샤키퐁에서 따왔다. 샤키퐁은 한영애의 일상의 대화상대다. 한영애는 이번 앨범의 컨셉은 의도하지 않았는데 자연 ‘희망’스러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한영애는 “우연인지 모르지만 이번 앨범에 작사 작곡 편곡 등 20여명이 함께 작업했는데 공통적으로 ‘희망’이라는 단어가 대두됐다. 우리 모두 올 한해 집단 우울증에 걸려서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는데 반대급부로 긍정적, 희망적인 노래로 표현하고 싶은 방향으로 표출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수록곡 중 ‘안부’라는 노래도 하루 아침에 변을 당하는 요즘 우리의 불안심리를 다감스럽게 다독인다. 그는 노랫말 쓰면서 많은 이들을 생각했다고 했다. “잘 지내고 있나요? 평안한가요? 그곳의 날씨는 어때요? 여긴 맑아요(….)애무의 바람 싱그럽게 나를 걷게 하네요(….)미안해요 고마워요 소식 한번 주세요.” (‘안부’)

힘없는 이, 절망에 빠진 친구, 무언가 하고자 하는데 혼자서 힘들어하는 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너의 편’이라는 노래도 작은 희망과 용기를 일으키며 일상을 견디게 하는 힘을 준다. “도망가면 안 돼 두 손을 내게로 한껏 뻗어봐 기다리고 있어 내가 너의 편이 될 거야”(‘너의 편’) 한영애는 요즘 많이 쓰는 ‘불안한 청춘’이란 말도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단어들로 해서 뭔가 불안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그런 말대신 좋아하는 노래를 많이 부르면 기적이 일어날 거라 생각한다”는 것. 한영애의 6집앨범은 26일 공식 발매된다.

정규 8집 앨범‘ 힘(HIM)’ 발표한 김범수.

데뷔 15주년을 맞은 김범수는 21일 발표한 앨범 정규 8집 앨범 ‘힘(HIM)’ 을 통해 그동안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김범수 자신을 선보이며 동시에 힘든 이들에게 힘을 주겠다는 뜻을 담아 앨범 타이틀을 ‘힘’으로 정했다. 특히 타이틀곡 ‘집밥’은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을 지닌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노래. “척박하고 웃을 일이 없었던 한 해였는데 위축되고 치이고 그런 배고픔 같은 것들이 밖에서 비싼 거 사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 같지 않더라.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 한 그릇이 더 절실한게 아닌가. 가사는 내 얘기이기도 하다. 일이 끝나고 집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싸늘한 방,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그런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고 싶다”고 그는 설명했다. 

집밥은 그의 말대로 결핍, 아픔 속에서 피어났다. 어느날 김범수와 공동작사자인 진보가 함께 작업하기 위해 만났다. 김범수는 후두염에, 진범은 장염에 걸려 서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염증을 지닌 두 남자. 엄마가, 집밥이 그리웠다. 이들은 원인이 나와 살아서 그렇다는데 통했다. 이 노래에는 김범수의 어머니와의 통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데뷔 15주년 기념‘ 해피투게더’ 싱글 발표한 박효신.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해피 투게더‘라는 타이틀로 전국콘서트 투어를 갖는 박효신은 24일 동명의 타이틀로 디지털 싱글을 냈다. “한 걸음씩 so happy together 너의 손을 잡고서 너와 발을 맞추며 가자(….)루루루 루루루 너를 위한 멜로디”(‘해피 투게더’)라는 가사가 박효신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박효신은 ”이 각박하고 치열한 세상속에서 지금까지 잘 버텨낸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내용의 힐링곡이다”며, “이 노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로 받고 행복을 느끼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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