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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LA)시에 중남미풍 도시문화가 이식되면서 ‘라틴화’가 진행되고 있다.
LA타임스는 6일 “LA시 도시계획국은 최근 다운타운 내 브로드웨이에 보행자 전용 도로를 확장하고 화단을 꾸미는 한편 자동차 주차지역을 파라솔을 갖춘 노천카페로 바꾸는 실험을 단행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브로드웨이의 새 단장은 에릭 가세티 LA시장이 자동차 중심이 아닌 보행자 친화적 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진행된 것이다.
가세티 시장은 취임 후 ‘새로운 LA시 건설’이란 슬로건 아래 도심 내 수십 개 도로에 보행자를 위한 보도와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대하고 광장과 소규모 공원을 늘리는 작업을 주도해왔다.
LA시는 이와 함께 벽화와 노점상 단속 등 케케묵은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정기적으로 ‘씨클라비아’(CicLAvia·차 없는 거리의 날)도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LA시 건설’ 구상은 전임자이자 1872년 이후 첫 히스패닉 시장인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전 시장이 토대를 구축한 것으로,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의 도시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이 구상을 통해 LA 광역도시권이 과거 자동차로 대표되는 삭막한 미국식 대도시 문화에서 벗어나 보행자친화적이고 활기찬 도시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LA시 자체는 물론이고 서쪽 샌타모니카 해안에서부터 북쪽 패서니다 풋힐지역까지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속속 진출하면서 LA 광역도시권의 ‘라틴화’는 진작부터 진행돼왔다.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은 이민 초기에 고속도로와 주택가 주변에 형성된 주거지에서 세력권을 형성하다가 특유의 응집력을 통해 주변으로 뻗어나갔다.
현재는 LA 남부 흑인 집단거주지인 왓트 지역 앞마당까지 진출했으며, 캄튼 지역에서는 주민 70% 이상이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다.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은 도시의 건축양식 등 형식을 바꾸지 않는 대신에 도시의 내적 문화를 자신들의 정체성에 맞도록 내재화하는 뛰어난 적응력을 발휘해왔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특히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예외 없이 거리마다 파라솔을 갖춘 노천카페와 노점상들로 항상 인파가 붐비고 자동차보다는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게 특징이다.
아울러 회계사 사무소에서부터 뷰티살롱까지 외벽에 일일이 손으로 그린 벽화로 채색돼 있으며, 휴일에는 공원에 모여 각종 행사를 벌이는 등 이웃친화적인 문화를 영위하고 있다.
LA시의 ‘씨클라이비아’도 콜롬비아 보고타 시가 지난 2000년 2월24일에 지정·시행한 ‘차 없는 거리의 날’을 받아들인 것이다. LA 광역도시권의 ‘라틴화’는 도시계획과 건축 등 도시의 기본 골격을 새로 직조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LA타임스는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