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뷰]눈물의 야생화, 박효신

“오늘만큼은 아무런 감정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한이 많은 노래라…, 아이고 죄송합니다”

복받치는 설움을 참지 못한 듯 그는 뜨거운 눈물을 감추지 못 했다. 곡의 클라이맥스만큼은 관객들에게 완벽하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몇 번이나 호흡을 가다듬었지만, 끓어오르는 감정을 누르지 못한 그는 가까스로 목소리를 내어 ‘그 봄이 오면 그날에 나 피우리라’를 읊조렸다. 숨죽이고 있던 1만 명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안타까움의 탄성을 보냈다.


지난 14일 오후 6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가수 박효신의 단독콘서트 ‘해피투게더(HAPPY TOGETHER)’의 한 장면이다.

박효신은 지난 12일부터 13, 14일 같은 장소에서 데뷔 15주년을 기념하는 라이브 투어 ‘해피 투게더’의 서울 공연을 열었다. 약 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총 4시간 동안 열정적인 무대를 이어갔다. 가수 박효신은 물론, 뮤지컬 배우 박효신까지 만나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공연으로 꾸며졌다. 무대는 웅장하고 화려했으며, 박효신의 노래는 애절하고도 폭발적이었다.

‘해피 투게더’의 서막은 길을 잃은 남매가 열었다. 어린 두 꼬마는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원을 빌고, 팔찌를 선물 받는다. 이 팔찌는 공연장의 야광봉을 대신하는 것으로, 박효신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고안한 것이다. 관객들이 일일이 조종하지 않고도 곡의 분위기, 느낌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바뀌며 공연장의 열기를 한층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박효신이 안기는 첫 번째 ‘행복’이다.

그는 이어 관객들에게 ‘시간여행’을 선사한다. 주옥같은 히트곡을 연이어 부르며 또 한 번 ‘행복’을 선사한다. 핀 조명 아래 특유의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노래를 열창하는 박효신의 모습에 1만 명의 관객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다음은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 박효신이 주는 ‘행복’이다.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뮤지컬 ‘엘리자벳’과 ‘모짜르트’의 주요 장면을 직접 시연, 넘버까지 열창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순간, 공연장은 뮤지컬이 공연되는 대극장으로 변한다. 그는 뮤지컬 무대를 끝낸 뒤 ‘뮤지컬’이란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의미인지,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했을 때 큰 도움을 받았던 지난날을 떠올리기도 했다.


끝으로 박효신은 지난 3월 발표하고 여전히 음악사이트 순위권에 있는 ‘야생화’를 불렀다. 데뷔 15주년,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여러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는지 그는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어렵게 탄생했다”는 ‘야생화’는 그에게 그런 곡이었다. 공연을 펼치는 3일 동안 매번 울게 만드는.

박효신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빛을 발하는 곡인 만큼 그 역시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야생화’를 완벽하게, 아주 멋들어지게 선사하고 싶었을 터. “오늘만큼은 아무런 감정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그는 흘러 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한이 많은 노래”라고 설명하며 애써 감정을 추스르려고 했지만, 좀처럼 쉽지 않았다. 박효신은 1만명이 외치는 응원의 소리에 또 한 번 울컥했다. 부를 때마다 눈물을 쏟을 만큼 힘들게 탄생한 ‘야생화’야말로 ‘가수’ 박효신이 대중들에게 전하는 가장 큰 ‘행복’이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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