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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좀 나아 질까요?”
혹한같은 한해를 보낸 한인 의류업주들이 보름 가량 남은 2015년을 기다리며 내놓은 우려섞인 기대다. 1년전 이맘때도 2년전 이맘때도,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 지금 보다 업체수가 절반에도 못 미쳐 그 만큼 경쟁이 덜했던 지난 2007년 12월 이맘때도 업주들에게 듣던 이야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매년 듣는 업주들의 하소연이 올해는 엄살처럼 들리지 않는다.
한인 의류업계 30년 역사 동안 일어날 각종 악재들이 올 한해 다 터진 것 같다는 한 업주의 말처럼 2014년은 어쩌면 잊고 싶은 한해였는지도 모른다.
연초부터 알토란같았던 매주 토요일에 매장에서 팔았던 샘플 세일을 통한 현금 매출은 캘리포니아 조세형평국과 LA시의 단속으로 이제는 극히 소수의 업체들만 음성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뜩이나 대형 의류 유통 업체들의 납품 단가 인하 요구로 어려운 상황에서 현금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았다.
더 큰 문제가 잇따라 터졌다. 300개가 넘는 업체들이 물건을 납품했던 한인 의류유통업체 ‘러브컬처’가 갑작스레 파산 보호 신청을 해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미수금이 업계에 남게 됐다.
저마다 변호사도 알아보고 협회 차원으로 대응책도 마련해봤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해결책은 나오고 있지 않다.
대형 미수금 사태로 인한 아픔이 조금 둔감해지던 9월에는 1000명이 넘는 연방 단속 요원들이 합동으로 한인 의류업계를 말 그대로 쑥대밭으로 만들었다.20개 가까운 한인 업체를 급습해 판매와 관련된 서류와 일부는 현금까지 압수해갔다.
이 과정에서 확인 되지 않은 온갖 악성 루머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 한인 의류도매 업계의 모습이다. 대규모 합동 단속의 여파로 1일 1만 달러였던 현금 매출 보고 규정은 3000달러로 크게 줄었다. 10월에는 멕시코와 콜롬비아 세관 당국 관계자가 미국 CBP직원과 함께 70여개 한인 의류업체를 직접 방문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원산지 규정과 수출 상품에 대한 저가 신고를 통한 관세 포탈 혐의에 대한 조사였다. 단속의 명분이 됐던 멕시코 마약 자금 세탁을 이 지역에서 뿌리를 뽑겠다는 연방 관련 기관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맷집이 좋아진 것일까? 이제는 업주들 사이에서 캘리포니아주나 연방 정부 노동청을 비롯해 고용 및 근무 환경 개선을 관할하는 관련 기관들의 단속이 더 이상 과거처럼 큰 위협이라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둔감해 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전체 업계를 작게 봐서 각 업체들의 사정상 현금으로 들어온 매출에 대한 세금 보고는 아무래도 줄이고 납품가 인하 요구에 맞춰 때론 원산지도 바꾸고 수입이나 수출할때 신고가도 낮췄던 것이 현재까지 한인 의류 업계의 모습이다.
물론 이런 편법적인 모습이 모든 업체에 해당 되지 않지만 업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돼 왔고 많은 업체들이 욕하면서 이런 모습의 업체들을 부러워하고 또 어느새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관행’이라는 포근한 이불속에서 삭풍이 몰아치고 변화하는 시장 환경을 외면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유가가 급격하게 떨어져 미국내 소비 여건은 내년에 더욱 좋아 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인 의류업주들이 기대하는 것 처럼 최악의 올해를 지나 희망찬 2015년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장 환경이나 유가 하락 이라는 긍정적인 상황과 함께 장기간 묶여 있던 저금리 기조가 변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여건 역시 공존하게 될 2015년이 기다리고 있다. 혹독한 시장 환경에 대비한 끊임 없은 재교육과 비용 절감을 비롯한 경영 합리화 그리고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작은 골방 이불 속에서 포근하게 남아 있을 것인지, 혹한의 추위 속에서 거센 비와 눈 그리고 폭풍이 기다리는 더 큰 세상으로 떠날지는 이제 한인 의류인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새들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야 강한 바람에도 집이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