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토토가’ S.E.S, 왜 난리인가?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MBC ‘무한도전‘의 특별한 연말공연 ‘토·토·가’의 반향이 이어지고 있다. 90년대 무대로 돌아간 ‘토·토·가’는 터보, 김현정, S.E.S와 앞으로 공연을 펼칠 소찬휘, 지누션, 엄정화, 김건모, 조성모 등 1990년대 활동한 인기가수들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S.E.S에 대한 반응은 특히 뜨겁다. 인터넷에서는 당시 S.E.S와 핑클중 누가 더 인기가 있었는지를 놓고 싸우고 있다. 그러자 누가 “S.E.S가 인기가 더 있었는데, 일본에 진출하면서 핑클이 치고들어왔지. S.E.S는 좀 고급스러웠어”라고 정리해주기도 한다.유진이 엄마될 준비를 하고 있어, 소녀시대 서현이 대신 들어간 S.E.S 무대에서 아줌마가 된 슈의 열정과 감격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사람들은 ‘요정’을 원한 게 아니었다. 이제 요정은 후배인 에이핑크 등이 잘하고 있다. S.E.S의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모습,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다. 세 아이의 엄마로 변한 슈가 약간은 부대끼는 듯 하지만 열정적으로 추는 춤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다. 슈가 집에서 퍼포먼스 연습을 하는 자료 영상을 보니, 춤 한번 추고, 아이 돌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슈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어서인지 ‘태티서‘도 몰랐다.

S.E.S가 ‘아임 유어 걸(I’m Your Girl)’, ‘너를 사랑해’ 두 곡을 부르고, ‘꿈을 모아서’는 부르지 않았지만, 노래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 준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왜 그럴까?

요즘 음악과 90년대의 음악을 보면 알 수 있다. 2010년대 아이돌 음악이 우리를 만족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콘서트 7080이나 가요무대는 너무 멀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너무 늦게(심야) 한다. 90~2000년대 세대들이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다.

1990년대는 댄스와 발라드 외에도 록, 포크, R&B, 트로트, 테크노, 운동권 음악까지 음악 장르적으로 가장 다양한 시기였다. 김건모, 신승훈, 룰라, 서태지와 아이들, 솔리드, 김종환, 조성모 등 음반을 100만장 이상 판매한 밀리언셀러들이 대거 등장한 것도 1990년대의 일이다. ‘응사’와 ‘응칠‘에도 이런 문화의 단면이 드러났다. 지금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당연히 문화적 향수가 생긴다.

80년대만 해도 암울했다. 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담은 6. 29선언으로 권위주의 정권이 약화되고 금지곡들도 대거 해금됐다. 가요 음반에 대한 사전심의제가 완전 철폐된 건 1996년이 되면서다.

그러는 사이 소비세대들의 등장으로 대중음악도 장르가 다양화됐다. 이미 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필두로 015B의 ‘신인류의 사랑’(1993년), 펑크밴드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1996년), R&B를 국내에 도입한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1995년)가 히트했고, 1세대 아이돌 HOT가 1995년 나왔다. S.E.S는 그 정점인 1997년 나왔다. 돌아갈 수는 없지만 문화적 황금기를 느끼고 싶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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